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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완전고용에 가까운 일본 청년 실업률을 부러워만 할 수 없는 이유

2024-07-16     강철구 교수
배재대학교 일본학과 강철구 교수

 

2023년 기준 OECD 국가의 청년실업률을 보면 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이 20% 전후인 것에 비해, 미국은 8%, 한국은 5.4%로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눈에 띄는 것은 일본이다. 조사대상국 중 최하 수준인 4.2%로 일본 청년들의 취업률은 거의 완전고용에 가깝다.

일자리 수를 취업 희망자 수로 나눠 구하는 유효구인배율에서도 2023년 한국 대졸자의 구인배율이 0.65인데 비해 일본은 1.58이였고, 올해는 1.71로 더 올랐다. 내년 2025년엔 1.75로 전망할 정도로 취업률이 좋다. 일자리는 풍부한데 비해 인력은 총체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또 하나를 살펴보자. 최근 일본에서는 '부모'란 뜻의 '오야(親)'와 '확인'을 의미하는 가쿠닌의 앞글자 '가쿠(確)'를 합친 '오야카쿠(親確)'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기업에 합격해 놓고도 부모가 반대한다며 입사를 취소하거나 더 좋은 곳으로 내정되면서 입사를 철회하는 경우가 있어 아예 부모에게 취업 확인도장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졸자 취업준비생이 갑이고 기업이 을일 정도로 인력 부족 현상을 말해주고 있다.

일본은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반도체 부흥에 힘을 쓰고 있지만, 인력 부족이라는 큰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다. 인력 부족으로 도산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 일본의 월간 기업도산건수가 1000건을 넘어 섰다. 원인은 코로나 시기에 빚을 진 기업들이 부채상환을 하지 못하고 끌고 오다가 최근 집중적으로 도산하는 것이긴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대기업 중심으로 임금상승이 이어지면서 중소기업도 압박을 받다 보니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결과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장수기업들도 도산에 합류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도산이 일본 경기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해석도 일면 타당하게 들린다. ​그래서 일본은 오래전부터 생산가능인구를 늘리기 위해 '1억총활약사회'를 내세우며 일하는 방식도 개혁하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보육 여건도 개선하고 고령자를 위한 지원 정책도 펼쳐왔지만 인구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이렇게 부족한 인력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화학회사인 스미토모화학(住友化学)이 내년부터 월급을 깎지 않고 정년을 65살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기로 했고, 전자부품 기업인 무라타제작소(村田製作所)도 내년 4월부터 59살 이전 임금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년을 65살로 늘리기로 했다. 일본 케이에프씨(KFC)도 점장 연령을 60살에서 65살로 5년 늘렸으며, 지난달 한일 양국에서 뉴스가 크게 보도된 메이지야스다생명(明治安田)은 현재 65세 정년을 2027년부터 70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이렇게라도 해서 인력 부족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임금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작년 보고서를 보면, 남녀 평균 임금은 31만 8000엔이지만, 대졸신입사원이 경우 23만 7000엔, 석사는 27만 6000엔에 불과하다. 취업은 잘 되지만 월급은 턱없이 적다. 지난 30여 년 간 일본의 노조가 근로자들의 임금상승보다는 고용 유지 및 안정을 우선해 왔기 때문이다.

일본은 어쩌면 지금 기로에 놓였을지도 모른다. 산업 전반의 구조개혁이 필요하고 고용관행도 변해야 하는데 이에는 고통스런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가 따라야 한다. 이런 숙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청년들의 취업은 유토피아이지만, 미래를 꿈꾸기에는 디스토피아를 벗어나기 힘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