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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인사 시즌 시작…실적 좋아도 안심은 '금물'

KB국민·신한·하나·수협은행장 연임 가능성↑…우리·NH농협은 '불안'

2024-09-06     고서령 기자

[월요신문=고서령 기자]올해 국내 주요 은행 은행장들의 임기가 마무리 되면서 이들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반기 호실적 및 안정 경영 등의 이유로 대체적으로 연임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금융사고·내부통제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포함한 주요 은행장들의 임기가 마무리된다. 은행권 대규모 인사 개편을 앞두고 은행장들의 연임 여부에 금융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근 국민은행장. 사진=국민은행

지난 2021년 은행장에 선임된 뒤 2년의 임기를 마친 후 1년 추가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3연임에 도전한다. 허인 전 은행장이 3연임에 성공해 총 4년 간 KB국민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끈 선례가 있는 만큼 이재근 행장 역시 3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 행장은 올해 초 KB국민은행을 강타한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배상 문제를 안정적으로 해결, 리더십을 입증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올 2분기 당기순익은 1조1164억원으로, 홍콩H지수 ELS 손실 관련 대손충당금 환입 등의 영향으로 지난 1분기(3895억원) 대비 187% 성장했다.

정상혁 은행장. 사진=신한은행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무난한 연임이 점쳐진다. 정상혁 은행장은 고(故)한용구 전 신한은행장이 건강상의 문제로 지난 2023년 2월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은행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후 신한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상반기 신한은행의 당기순익은 2조535억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2조원을 넘었다. 또한 지난해 해외법인 부문에서 5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익을 내며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실적을 일궈냈다.

특히 정 은행장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진옥동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6년까지로,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진옥동-정상혁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승열 하나은행장. 사진=하나은행

지난해 KB국민은행을 제치고 '리딩뱅크'를 달성, KB국민-신한 양강 구도를 깬 것으로 평가받는 이승열 하나은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리딩뱅크를 수성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히지만, 지난해 성장을 발판으로 올해는 안정적 경영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또한 하나은행에서 올해 대규모 금융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점도 이 행장의 연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내년 3월 임기를 마무리 하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거취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대출 문제가 불거지면서 조병규 행장은 물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에 대한 징계 가능성이 대두되는 등 거취가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병규 행장. 사진=우리은행

이번 사안으로 지난달 27일 우리은행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우리금융 계열사 전반에 대한 금융 당국의 조사가 예고 돼 있다. 또한 당초 예정돼 있던 정기검사가 1년 앞당겨져 오는 10월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횡령사고도 이어졌다. 올해 초부터 6월까지 우리은행 지방 지점에서 한 직원이 100억원 가량의 고객 대출금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7월에는 지난해 5월부터 10개월여 동안 고객 17명의 명의로 서류를 위조해 허위 대출을 일으키는 등 방식으로 180억여원을 횡령한 금융 사고도 발생했다.

이석용 행장. 사진=농협은행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역시 연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농협은행은 올해만 벌써 4건의 금융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달 21일에는 100억원대를 횡령한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지난 5월 농협중앙회는 3월 109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사고가 발생하자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 방안을 내놓았는데, 해당 방안에는 사고 발생 시 관련 책임자의 업무를 정지하고, 중대 사고와 관련된 계열사 대표는 연임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강신숙 행장. 사진=수협은행

지난 2022년 11월 취임한 강신숙 수협은행장은 수협은행 첫 여성 행장이다. 강 행장 취임 후 수협은행의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점이 강 행장의 연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순익 2376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16년 출범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올 상반기에도 1857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비이자이익이 2022년 466억원에서 2023년 852억원으로 83%나 증가하며,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췄다.

수협은행에 따르면 강신숙 행장, 신학기 수협은행 수석부행장, 박양수 수협은행 부행장, 김철환 전 수협은행 부행장, 양제신 전 하나은행 부행장, 강철승 전 중앙대 교수가 차기 수협은행장에 지원하며 6파전이 됐다.

수협은행은 오는 9월 12일 최종 면접 대상자를 결정한 뒤 이어 23일 면접을 통해 최종 행장 후보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