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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공포영화를 한자리서" 한국영상자료원, '(도시) 전설 X 드림 스크린' 개최

2024-09-10     정채윤 기자
주온 1 오리지널 (비디오판) 스틸 [사진=한국영상자료원]

[월요신문=정채윤 기자]한국영상자료원(이하 영상자료원)과 삼성문화재단은 오는 9월 25일부터 10월 22일까지 시네마테크 KOFA에서, 9월 27일부터 10월 17일까지 리움미술관에서 '(도시) 전설 X 드림 스크린: (Urban) Legend X Dream Screen' 기획전을 공동으로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기획전은 '도시 전설'을 기초로 한 2000년대 전후 주요 아시아 공포영화를 상영하고 그 의의를 톺아보는 첫 번째 섹션과 고전 공포영화를 상영하는 두 번째 섹션까지 총 2개 섹션 29편의 작품을 상영할 예정이다. 또 '링', '여고괴담'을 위시로 아시아 공포영화의 계보를 살펴보는 김봉석 평론가의 강연도 마련됐다.

아시아 공포영화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작품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영화 '여고괴담', '링', '착신아리', '알포인트', '4인용 식탁', '만두' 스틸 [사진=한국영상자료원]

'여고괴담', '링' 등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중반 양질의 아시아 공포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때 제작된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각 나라를 대표하는 공포영화로 언급되고 있다.

어떤 영화들은 세기말적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고, '링'의 비디오테이프, '착신아리'의 휴대폰처럼 과거의 유령들이 새로운 매체를 통해 불려 나오는 등 개별 작품의 차이점도 존재하지만 공통적으로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는 우리에게 꽤 친숙한 '도시 전설(Urban Legend)'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이번 기획전의 첫 번째 섹션인 '도시 전설'은 2000년대 전후에 제작돼 아시아 공포영화 붐을 일으켰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

'도시 전설'은 구비전승되던 이야기들이 매체 변화와 함께 변모한 것들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도시 전설'은 우리에게 친숙한 배경 위에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현대에 새롭게 생성된 이야기를 뜻한다.

이야기의 출처와 근원은 불명확하지만 일정 부분 충격적인 실제 사건에서 파생된 것들이 많다.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입에서, 문자로, 텔레비전 등 전파 매체로, 그리고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야기들은 전달되며 조금씩 매끈하게 다듬어졌고 점차 완성도를 갖춰 나가며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매력적인 소재가 됐다. 우리에겐 '도시 전설'이란 단어보다 군대 괴담, 학교 괴담 등 '괴담'이란 이름이 더 익숙하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불량한 1등을 제치지 못하는 노력하는 2등의 학교 괴담을 접목한 '여고괴담', 군대 괴담과 '로슈타인의 회랑(어두운 방에서 사람들이 네 모퉁이에 서서 한 명씩 서로의 등을 차례로 건드리는 괴담 의식)'이 혼합된 '알포인트', 투신하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괴담이 등장하는 '4인용 식탁', 인육 만두 괴담을 영화화한 프루트 첸의 '만두', 스너프 필름을 상영하는 비밀 클럽을 소재로 한 조코 안와르 감독의 '포비든 도어', 매체를 통해 죽음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링', '착신아리' 등 한국, 일본, 태국, 필리핀, 대만, 홍콩,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22편의 작품을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14편)와 리움미술관 강당(8편)에서 상영한다.

'링', '여고괴담', '알포인트', '가위', '불신지옥'은 영상자료원이 보존하고 있는 35mm 필름으로, '주온 1 오리지널'은 비디오 버전으로 상영한다. 또 10월 12일 "'여고괴담'과 '링', 아시아 호러의 신세기"라는 제목으로 한일 공포영화의 흐름을 살펴보는 김봉석 평론가의 강연도 준비돼 있다.

전설의 한국 공포영화

(위부터) 영화 '깊은밤 갑자기' 스틸, '사탄의 숭배자' 스틸 [사진=한국영상자료원]

두 번째 섹션인 '전설'은 한국을 대표하는 고전 공포영화와 대만, 인도네시아 영화를 상영한다. 여성의 한과 남성 권위주의 전통사회의 충돌이라는 전형적인 한국 공포영화의 특성을 보여주는 '월하의 공동묘지', 기술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이용민 감독의 '목없는 미녀', 당대 보기 드문 잔혹의 이미지와 성 묘사를 대담하게 선보인 '악령'을 상영한다.

또 90년대 후반 호러 팬들에 의해 재발견돼 현재까지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깊은 밤 갑자기', 정지영 감독의 데뷔작으로 당시엔 생소했던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영화인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 2015년 대만영상자료원에 의해 복원된 고딕 로맨스, 미스터리, 오컬트 영화인 '지옥신랑', 2017년 조코 안와르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 된 인도네시아 전통 귀신인 쿤틸아낙과 좀비를 이슬람 신앙으로 극복하는 '사탄의 숭배자'를 상영한다.

한편 모든 상영은 무료이며, 자세한 상영 일정은 영상자료원 홈페이지와 리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