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장악 후 '우클릭' 시도, 중도 외연 확장
사법리스크 넘어서면 李 단일대오 굳건해질 듯
김경수·김부겸·김동연, 신(新) 3김 대항마 부상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장지현 기자]여소야대 국회에서 정국 주도권을 잡은 제1야당의 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권을 향한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는 당내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는 물론, 중도 진영으로 외연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 대권행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리는 각종 사법리스크가 오는 10월 중 어느 정도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정치권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한편 범야권에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등의 3인방이 신(新) 3김으로 분류되며, 이재명 대표의 대권레이스에 있어 최대 경쟁자가 될 것이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성공 후 야권을 대표하는 차기 주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지난 6일 한국갤럽에서 공개한 9월 1주차 집계한 '한국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는 26%로 1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대표를 이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14%,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5%,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3%,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2%, 오세훈 서울시장 2%, 홍준표 대구시장 1%,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1%, 김동연 경기지사 1%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 면접조사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1.1%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일련의 조사에서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야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재명 대표의 경우 그를 향한 강성 지지층의 지지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의식한 듯 최근 들어 정책 정당으로서 선명성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중도층으로 외연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강성 넘어 중도까지

지난 8월 18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이재명 대표의 최종 득표율은 85.4%에 달했다. 김두관 전 의원이 전대 대항마로 나섰으나 강성 지지층의 외면 속 이렇다 할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고 이재명 대표가 무난히 연임에 성공했다. 

당 장악력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이재명 대표로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였으나 여당은 물론 당 내에서도 이번 전대를 두고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 또한 사실이다.

친명계 A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당 장악력이 사라지진 않는다. 본인이 관철하고 싶은 방안이 있으면 의원총회에서 발언만 해도 정리가 될 거다. 그런데 연임을 하면 국정 운영 결과에 대해서 윤석열 대통령과 책임을 나누어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세간의 평가를 의식한 듯 최근 이재명 대표는 지지층 확대 및 정책 정당으로서 당 선명성을 밝히는 작업에 몰입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표는 비슷한 시기 당 대표에 취임한 것은 물론 차기 대선의 최대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한 노력에도 열중하는 모습이다. 2기 지도부 출범과 함께 제안한 윤석열 대통령과 영수회담, 한동훈 대표와의 양자회담 등이 그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이재명 대표는 정책정당을 외치며 민생 과제에 있어선 정부·여당과 대립보다 타협에 나서고 있다. 보수진영의 핵심 가치로 여겨져 온 성장을 강조하며, 상속세 개편부터 시작해 민주당의 금기 사항 중 하나였던 종합부동산세 완화 언급은 물론 금융투자소득세 보완을 주장하는 등 민생 문제에 있어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5일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을 만났고 11일에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과 잇따라 회동을 가지며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기업 경영 활동의 고충을 듣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책위 소속 의원은 "이 대표에게 지도자는 미래를 준비하는 세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고 이 대표도 동의했다"며 "상속세 부분도 고령층 배우자의 상속세 부담 완화 등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이전과 달라진 이 대표에 대해 설명했다.

법정에 출석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법정에 출석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10월, 대권레이스 분수령 될 듯

차기까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듯한 이재명 대표지만 그가 대권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 대선 때부터 그의 발목을 잡아 온 각종 사법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정치권에선 오는 10월 이재명 대표 차기행을 판가름할 결정적 순간이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에 포함된 주요 사건에 대한 법원 1심이 10월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탓이다.

이와 관련 현재 이재명 대표는 총 4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서만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혐의,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및 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에 지난 6월 추가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까지 진행되고 있다. 

재판 결과에 대해선 전망이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아직까지 이재명 대표 혐의를 입증할 만한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혐의 자체가 여러 건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단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이번 재판에서 전부 무죄 판결 혹은 1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등을 받게 될 경우 대권을 향한 이 대표의 광폭 행보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9월 8일 이재명 대표는 7개월 만에 당 지도부와 함께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고 그 자리에서 둘은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를 향한 검찰 겨냥 수사 비판과 더불어 "준비 안 된 대통령이 집권해 나라가 혼란스럽고 국민 불안과 걱정을 키우고 있다"며 민주당 재집권을 향한 한 목소리를 냈다.

문 전 대통령도 이재명 대표에게 중도 외연 확장을 강조하며 "민생과 정책뿐 아니라 안보·국방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10월 위기를 넘기게 될 경우 이재명 대표가 당의 근간 중 하나인 친노·친문계까지 품에 안고 대권을 향한 단일대오를 더욱 굳건히 다져 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이재명 대표가 10월 재판 중 단 한 건이라도 100만 원 이상 벌금형 등을 선고받고 피선거권이 박탈될 경우 정국 자체가 혼돈에 빠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선 최악의 경우 여당 공세 속 민주당이 쪼개질 수도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야권 관계자는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1심 유죄 판결로 현실화하게 되면 분명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도자급 인사의 추락과 그에 따른 진영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를 예견한 비명계가 일찌감치 음양으로 움직임을 시작한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 1심 결과가 나오는 10월은 민주당에게 혼돈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의원들이 현재는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데, 그가 부재할 경우 이들도 스스로 새로운 중심축을 찾기 위해 이합집산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들어 지난 총선에서 공천 배제된 비명계 인사들의 원외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우선 비명계 인사 10여 명이 모여 '초일회'를 결성, 주말마다 국정 현안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에는 박광온·강병원·김철민·박용진·송갑석·신동근·양기대·윤영찬 전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친문계 연구모임인 '민주주의4.0'에선 송기헌 의원과 김영배 의원이 각각 새 이사장과 연구원장을 맡으며 재정비를 마치고 정기 총회를 이어가고 있다.

범 야권 인사인 전병헌 새로운미래 대표의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한 자리에서 김경수 전 지사,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과 회동 자리를 요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전병헌 대표는 초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조국 대표는 초대 민정수석비서관이자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왼쪽부터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사진=뉴시스

신 3김의 부상, 李에게 부담될 수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해소 여부와 함께 최근 범야권에서는 신 3김의 존재감 확대에 따른 야권 잠룡 레이스 변화에 주목해 봐야 할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권의 신 3김은 김경수 전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지사를 지칭하는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10월 나올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위증교사 재판 1심 결과 후 이들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김우영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마라톤의 경우 혼자 뛰는 것과 같이 뛰는 것은 기록 자체가 달라진다"며 "이 대표는 지금까지 혼자 뛰어왔다. 김경수 전 지사, 김부겸 전 총리 같은 분들이 함께 뛰어주면 힘이 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현재 신 3김 중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하는 이는 지난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된 김경수 전 지사다.

김경수 전 지사는 임채정 의원 보좌관을 역임하며 정치권에 입문, 국민의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보좌관을 지냈다. 참여정부에서는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행정관을 시작으로 제1부속실 행정관과 연설기획비서관까지 역임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공보담당비서관으로서 노 전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보필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본인 정치를 시작, 20대 총선에서 경남 김해시을 지역구 의원을 지냈고 이후 경남지사까지 올랐다.

친노에 이어 친문 핵심으로 분류돼 온 김 전 지사였으나 2021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영어의 몸이 됐고 2022년 복권 없이 특별사면된 바 있다.

민주당 내에서 김경수 전 지사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 역시 그가 친노·친문 세력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의 정치적 배경이 민주당이 약세를 보여온 경남이란 점 또한 그를 주목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실제 민주당 당적을 갖고 선거에 출마해 경남지사에 오른 이는 김경수 전 지사가 유일하다. 김부겸 전 총리 또한 "김 전 지사 자체가 민주당 역사의 한 부분이다"고 표현한 바 있다.

현재 김경수 전 지사는 독일에서 유학 중이며 올해 말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변의 기대와 달리 정계 복귀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전 지사는 복권 소식이 전해진 후 본인의 SNS를 통해 "저의 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더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겠다. 복권을 반대했던 분들의 비판에 담긴 뜻도 잘 헤아리겠다"고만 밝혔다.

김경수 전 지사와 달리 김부겸 전 총리와 김동연 지사는 최근 들어 주요 정치 현안마다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들은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함과 동시에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김부겸 전 총리에 대해 야권에서는 그가 문재인 정부 시절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과 3대 국무총리를 역임한 것은 물론 경남보다 더한 민주당에서는 불모지로 불리는 대구에서 지역구 의원을 지낼 만큼 중도를 넘어 보수까지 외연 확장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강력한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으나 온화한 이미지에 적이 없이 두루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성품으로 잘 알려졌다는 점 또한 김부겸 전 총리의 강점으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 지난 22대 총선 당시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김부겸 전 총리는 이 대표와 함께 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총선까지 승리로 이끈 바 있다.

차기 행보와 관련해선 언론 인터뷰와 강연 등을 중심으로 당 외곽활동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부겸 전 총리는 최근 서울 광화문에는 노무현·문재인 정부 정책을 계승하고 김부겸표 정책을 만들겠다는 계획 아래 싱크탱크 성격의 생활정치연구소 운영을 위한 사무실을 개소했다.

지난 8월 26일에는 한 라디오에 출연 "이재명 대표가 90%에 가까운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해서 국민적 감동을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언제까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할 거냐"라고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당 일각에선 김부겸 전 총리와 김경수 전 지사간 연대설이 나돌고 있다.

비명계 한 재선 의원은 "김 전 총리가 최근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재판 이후 중립 성향으로 돌아설 수 있는 현역을 아우르겠다는 의도 아니겠는가"라며 "특히 22대 총선에서 현역과 접점을 만든 점을 활용하고자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마지막 신 3김인 김동연 지사는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 출신으로 국민의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 김 지사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이어져 온 민주당 정신을 계승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여타 잠룡들과 비교해 세력이 취약하다 알려진 김동연 지사는 최근 들어 적극적인 인재 확보에 다서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친문계 전해철 전 의원을 제2기 경기도 도정자문위원장에 위촉했으며,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청와대 비서과 법무부 장관으로 지냈던 김남수 경기도 정무수석과 강금실 경기도 기후대사 등도 품에 안았다.

그 외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필했던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출신들과도 스킨십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김경수 전 지사가 잠시 귀국했을 당시 독대를 가진 것으로도 알려졌다.

당과 관련해선 그 또한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7일 김동연 지사는 이재명표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과 관련해 보편 지원이 아닌 선별 지원이 적절하다는 취지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 국민에게 25만 원을 지원할 경우 소요되는 예상 비용 13조 원과 관련해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 13조로 할 수 있는 다른 모든 사업을 포기한 결과"라며 재정은 가장 효율적으로 목적에 맞게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김 지사가 자기 당 정책에 대해 바람을 빼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며 "민주당이 선별 지원은 죽어도 안 하겠다는 의미로 잘못 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재명 대표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담에서 선별 지원 합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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