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에 이어 '4월은 너의 거짓말' 출연
"이번 작품은 팬심에 보답하기 위해 도전"

사진=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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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에 이어 '4월은 너의 거짓말'을 통해 두 번째로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된 김희재는 연습 또 연습에 매진하는 사람이었다.

주인공 '아리마 코세이'역을 맡은 그는 트로트 신동에서 청년이 되며 겪었던 슬럼프를 떠올리며 연기에 임했다고 전했다.

◆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모차르트'가 끝나고 나서 뮤지컬을 또 하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생겨났다. 특히 팬분들께서 뮤지컬 무대에 서 있는 나를 굉장히 좋아해 주셨다. 뮤지컬 무대에서 또 다른 김희재의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팬심에 보답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 찰나에 좋은 작품이 들어와서 곧장 하겠다고 말했다.

◆ 주인공 '아리마 코세이' 역을 맡게 됐다. 이번 역할과 자신을 비교할 때 비슷한 점이 있다면?

'아리마 코세이'는 굉장히 조용하지만 의견을 잘 표출하는 친구다. 나 또한 조용하고 소심한 편이지만 말하고 싶은 바는 정확히 표현한다. 처음에 이 역할을 맡았을 때 그냥 내 성격대로 표현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했다.

학창시절 친구들이랑 맥도날드를 갈지 롯데리아를 갈지 고민하는 것이 인생 최대의 고민이었다. 이처럼 '아리마 코세이'도 세상에 대한 고민보다는 학교 안에서의 순수한 고민을 주로 한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어땠었는지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뭘 하고 놀았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에 임했다.

사진=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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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마 코세이가 피아노 신동으로 불렸던 것처럼 김희재도 트로트 신동으로 불렸었다. 그 때의 경험이 연기에 영향을 미쳤는가?

어릴 때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 아기가 노래도 잘 부르고 깜찍하게 춤도 추니 어딜 가든 어른들이 귀여워했다. 계속 트로트 신동으로 귀염받으면서 살 거로 생각했는데 변성기도 오고 키도 훌쩍 크자 점차 나를 찾지 않기 시작했다. 20대 초반 이후부터 5~6년 정도의 공백기를 가지면서 내 길은 가수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중 고등학교 때 트로트 가수가 하고 싶었는데 주위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 무슨 트로트 가수를 하냐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너 나이에 어울리는 노래를 해라는 분들도 꽤 계셔서 아이돌을 준비한 적도 있었다.

이후 오디션을 봤으나 수십 번 떨어졌다. 어느 회사에서도 나를 뽑아주지 않았다. 하도 떨어지니까 뭐가 문제일까 생각하다가 외모가 문제인가 싶어 성형외과를 가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그 시기가 인생에서 가장 침울했던 시기였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를 얻어 뮤지컬에도 이렇게 도전하게 됐다. 이처럼 내게도 슬럼프가 있었기 때문에 아리마 코세이가 트라우마로 인해 겪는 힘든 시간들을 공감할 수 있었다.

사진=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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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 시절로 돌아가 코세이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나 또한 코세이 못지 않게 고민이 정말 많았다. 누구나 다 드라마가 있고 누구나 다 힘든 시절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모든 시간들이 좋은 어른 또는 좋은 음악가가 되기 위한 과정이니 그 시간들을 잘 견뎠으면 좋겠다고 조언하고 싶다.

◆ 이번 작품에서 추천하는 넘버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넘버는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작은 별'이다. 카오리가 해낼 수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코세이를 설득하는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로 코세이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노래라서 좋아한다. 두 번째는 '너의 소리가 들려'인데 코세이가 피아노를 치면서 음악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되는 장면으로 멜로디 자체는 밝고 아름답지만 그 안에 코세이와 카오리의 슬픔이 담겨있어 눈물을 왈칵 쏟아지게 만드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코세이가 음치라서 노래를 못 부르는 장면이 있다. 각자 배우마다 이 장면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나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서민정씨처럼 아예 음이 안 맞게 부르면서 삑사리를 내는 편이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이 크게 웃으시면 이상하게 엄청 뿌듯한 마음이 든다.

사진=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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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 트롯 멤버들이 공연을 보러 왔는가?

우리 멤버들은 아직 공연을 보지 못했다. 매번 연락 하면서 보러갈게라는 말은 자주 하는데 아직 보러 온 멤버는 한명도 없다.(웃음) 이번에도 멤버들과 영상통화하면서 (장)민호 형이 "너 뮤지컬 이번에 새로 하는 것 얘기 안했어"라고 말했는데 "어차피 얘기해도 안 올 거잖아요"라고 답했다. 사실 현장에 와서 관람하기가 정말 힘들다. 관람객도 많을뿐더러 다들 바쁜데 시간 내서 오기가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보러오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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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뮤지컬을 잘 안보던 팬들이 김희재가 하는 뮤지컬을 보고 뮤지컬에 입문하는 경우가 꽤 많다.

팬분들의 연령층이 높다보니 인생 살면서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처음 접하신 분들이 90% 이상되는 것 같다. 김희재를 응원하기 위해 뮤지컬을 보러 왔다가 뮤지컬 매력에 푹 빠지신 분들을 여럿 봤다.

한 팬분은 "여가 생활 한번 못해보고 살았는데 덕분에 뮤지컬도 보게 되고 인생이 너무 행복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봤다. 팬분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내가 도와드렸구나라고 생각을 하면 정말 뿌듯하다.

◆ 가수로서 무대에 올랐을 때 마주한 팬들과 뮤지컬 배우로서 마주한 팬들은 다른 느낌일 것 같다.

팬분들의 텐션이 아예 다르다. 콘서트장에서의 팬들은 한 곡 끝나면 크게 손뼉을 치고 소리 지르는 게 당연하다면 뮤지컬 공연장에서는 최대한 조심히 행동하신다. 무대 밑에서 예의를 지키지 않았을 때 우리 배우가 욕먹을 거라며 팬들끼리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조항을 세우고 관람 매너를 지키려는 모습에서 큰 감동과 감사함을 느꼈다.

◆ 향후 목표가 있다면?

뮤지컬 어워드에서 신인상 한번 받아보고 싶다.(웃음) 장기적으로는 뮤지컬 배우로서 대중들께 계속 인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목표다. 김희재가 하는 뮤지컬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생겨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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