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현 씨 회고록 '주먹으로 꽃을 꺾으랴'. 사진=교보문고
신상현 씨 회고록 '주먹으로 꽃을 꺾으랴'. 사진=교보문고

[월요신문=장지현 기자]1세대 조폭 신상사파의 두목이자 명동 황제로 불린 신상현 씨가 지난 10일 향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32년 서울 관수동에서 출생한 고인은 6·25 당시 대구 특무부대에서 1등 상사로 근무한 경력으로 신상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1954년 우미관의 김두한, 종로파의 이정재, 명동 시공관의 이화룡이 삼각 구도를 이루던 당시 고인은 명동 중앙극장 옆을 둥지로 신상사파라는 독자 조직을 꾸리며 이화룡의 명동연합과 느슨하게 연대했다. 

1958년 이정재의 동대문파와 이화룡의 명동파가 출동한 충정로 도끼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1960년대 중반부터는 조직을 재정비한 뒤 1970년대까지 명동 일대를 장악하며 명동의 황제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일본 야쿠자 조직과 함께 관광호텔 카지노를 운영해 수입을 올렸지만 마약과 사채, 유흥업소 관리에는 손을 대지 않아 이후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벌였을 때도 신상사의 명동 조직은 거의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고록인 '주먹으로 꽃을 꺾으랴'에 따르면 고인은 탁월한 발차기 실력과 빠른 선제공격, 상대의 눈 같은 급소를 가격하는 싸움 기술을 선보였다고 한다.

또한 고인은 "지금의 주먹 세계는 돈과 폭력만 있을 뿐 낭만과 가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고인이 활동을 하던 시기 조폭들은 칼같은 흉기를 사용하거나 다수가 소수를 공격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신상사파와 관련해서 1975년 1월 2일 명동 사보이호텔에서 신년회 진행 중 당시 범호남파로 불리던 오종철파 행동대장 조양은이 이 장소를 급습한 사건인 사보이호텔 습격사건이 가장 널리 알려졌다. 이후 주먹 세계에서 은퇴한 고인은 수입 자동차 사업을 하다가 그만둔 것으로 전해진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12일 오후 1시 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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