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학교 일본학과 강철구 교수
배재대학교 일본학과 강철구 교수

한반도에서 발생했던 큰 지진으로 2016년 진도 5.8의 경주 지진, 그리고 2017년 진도 5.5의 포항 지진이 있었다. 필자가 교수로 3년 정도 근무했던 한동대학교도 큰 피해를 봤는데, 당시 포항의 지인들에게 안부 차 연락했을 때 그들이 느꼈던 지진의 두려움과 공포는 생각보다 컸다고 한다.

두려움의 대부분은 우리가 아직까지 조직화된 지진 교육을 받지 않았던 것과 한반도가 지진으로부터의 안전지대라는 믿음이 컸던 것의 반증도 있었으리라.

최근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9.0 규모 예상의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를 발표했는데, 이로 인해 지금 일본열도는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일본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2023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일본에서 발생했던 유감지진 횟수가 무려 2227회였다고 한다. 이렇듯 하루 평균 여섯 번의 흔들림을 감지할 정도로 지진이 빈번한 나라이다 보니 피난시설 구축과 대피훈련이 잘 되어 있고, 또 정부와 지자체가 지진 관련 행동지침 매뉴얼을 한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로 업데이트하여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평소에 모의지진실험을 수시로 해 오고 있어서 지진의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환기시키고 있다.

필자는 일본에서 약 13년간 생활하면서 자주 발생하는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 집안의 가구가 흔들리지 않도록 각종 고정장치를 설치하기도 했고, 또 자녀들의 지진체험 현장실습에도 함께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강조했던 '오카시모' 라는 단어가 지금도 기억난다.

오사나이(밀지 않는다), 가케나이(뛰지 않는다), 샤베라나이(떠들지 않는다), 모도라나이(물건 등을 가지러 돌아가지 않는다)라는 네 가지 행동지침의 앞 글자를 따서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일본은 난카이 해구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거대한 지진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만, 대비를 위한 각종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공영방송인 NHK 뿐만 아니라 민방에서도 해안가 고령자들의 대피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교통망 혼란으로 귀가하지 못할 때 직장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2011년 동북대지진 당시의 쓰나미를 경험해 봤던 일본인들은 진도 9.1 규모의 대지진 발생시 최대 34m의 쓰나미로 23만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될 수 있다는 뉴스에 비상식량을 확보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하면 진도에 따라 교통기관이 마비되거나 통신 인프라가 장애를 겪을 수도 있고, 또 가스나 수도가 정지되는 등 일상의 삶 속에서 자연재해를 대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질서를 잘 지켜야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다. 일본에 상호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가 정착된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의 초중고 시절을 돌아보면 전 국민이 매달 하루는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전시상황 시 그리고 다양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민방위 훈련을 실시했다. 

지금은 '국민재난안전포털' 사이트를 통해 각종 재난안전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평소 몸으로 움직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제 한반도도 안전지대는 아니고,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갑작스런 기후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평소의 훈련이 없이는 대처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일본의 훈련대책을 참고하여 초등학교부터 참여하는 재난예방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소화기 사용법에서 심폐소생술을 포함한 응급처치 교육까지, 정부에서 마련해야 할 각종 대비훈련이 일상화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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