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플랫폼 대표 카카오 김범수...SM 탐하다 구속
나스닥 노리던 구영배, 문어발 확장 뒤 가압류 신세
리스크관리 없이 외형확장만 추구하다 '자승자박'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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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이종주 기자]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과 큐텐 대표인 구영배는 한때 국내 기업가들의 롤모델로 불렸다. 김범수 위원장의 경우 국내 모바일 플랫폼 사업을 대표하는 인물로 지난해 기준 재계 부자 순위 5위(6조 5900억원)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 카카오 계열사들이 잇따라 상장하던 시기 그의 자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뛰어넘어 재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구영배 대표 또한 G마켓을 이베이에 성공적으로 매각하며 수천억원대 자산을 자랑하는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러나 최근 김범수 위원장이 구속되고 큐텐 계열사가 잇따라 몰락하며, 이들의 성공 이면에 얼마나 많은 허점이 잠재해 있었고 부실한 리스크관리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e비즈니스 성공 신화의 주역들로 불린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과 구영배 큐텐 대표가 사상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12일 김범수 위원장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됐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를 기반으로 금융과 모빌리티 분야 등에 진출, 카카오를 굴지의 대기업으로 키워 낸 김 위원장이 '영어의 몸'이 된 것이다.

지난 13일에는 구영배 대표의 반포 자이 자택에 대한 가압류 소식이 전해졌다. 구 대표는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의 핵심으로 불리며 대중의 지탄을 받고 있는데, 현재로선 구 대표는 물론 큐텐의 기업 회생 또한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범수 위원장과 구영배 대표의 몰락에 대해 재계에선 회사 설립 후 확장에만 몰두했던 이들의 불안했던 경영 방식과 함께 너무도 허술했던 리스크관리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언론을 중심으로 쏟아진 지나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위기 사황에 대한 대책 없이 잘할 것이라만 믿던 자만이 결국 독이 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범수 위원장의 경우 계열사에 대해선 권한 위임과 자율성을 강조하다 제대로 된 경영 관리를 하지 못했고, 구영배 대표 역시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을 제대로 인지 못한 채 내실을 따지지 않고 적자 기업을 무리하게 여러번 인수했기 때문이다.

흙수저 김범수, 한게임 거쳐 카카오로 비상

김범수 위원장은 흙수저 성공 신화를 이뤄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한 사람이다. 1966년생 전남 담양 태생으로 1986년 서울대 산업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졸업 후 삼성SDS에 입사했다가 1998년 퇴사했다.

삼성을 떠난 그해 말 김범수 위원장은 온라인 게임 산업의 성공을 예상하며 한게임을 창업했고, 그렇게 한게임에서 국내 최초 온라인 고스톱·바둑·포커 게임 등을 서비스하며 첫 성공을 거뒀다.

2000년에는 한게임을 삼성SDS 동기인 이해진이 창업한 네이버와 합병시킨 후 NHN 공동대표에 올랐고, 이후 일본 시장에 진출해 현지에서 32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등 한게임을 일본에서 가장 먼저 자리 잡은 성공한 한국형 포털로 키워냈다.

김범수 위원장은 2004년 NHN 단독대표를 거쳐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대표로 일하다 2007년 회사 대표직을 내던졌다.

이후 미국으로 떠나 가족과 함께 3년의 시간을 보내던 중 아이폰이 출시되는 것을 보고 PC에서 모바일로 시대 전환을 예상, 한창 준비하던 여러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카카오톡이라는 무료 메신저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다.

김범수 위원장이 야심차게 선보인 카카오는 한게임 그 이상의 성장을 그에게 안겨줬다. 스마트폰의 가파른 보급과 함께 카카오가 국내 대표 모바일 메신저 자리를 차지했고, 그렇게 카카오는 네이버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 반열에 올랐다.

대기업 된 카카오, 위기 찾아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63개였던 카카오 계열사는 지난해 147개로 2배 이상 늘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을 시작으로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나섰기 때문으로 이 같은 계열사 수는 국내 기업 중 SK그룹 다음에 해당한다. 지난해부터 각종 논란이 불거지며 규모 줄이기에 나선 현재도 카카오 계열사 수는 124개에 이른다.

지난 10여 년간 카카오가 진출한 사업분야들을 살펴보면 결제·보험·은행·증권 등 금융 서비스부터 퀵서비스·택시호출 등 배달·모빌리티 서비스, 카카오예약 시스템, 음원·웹툰·영상 등 엔터테인먼트, 미용실·네일샵·골프장까지 각종 서비스 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카카오의 그룹 규모 역시 크게 증가, 올해 5월 기준 카카오는 자산 규모 35조원에 재계 순위 15위에 올라 있다. 그룹 전체 자산 규모로만 따지만 자산 23조원에 재계 순위 23위인 네이버를 넘어 카카오가 국내 최고·최대 IT기업인 것이다.

그러나 카카오는 초고속 성장을 일궈내는 상황 속에서 여러 논란 또한 양산했다. 국내 재벌 기업들의 고질적 문제라 지적 받아 온 문어발식 확장부터 골목상권 침해 논란, 임직원 리스크 관리 실패 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계열사가 꾸준히 늘어난 상황에서 경영 관리에 허점이 자주 확인됐다. 카카오페이 상장 당시 경영진의 스톡옵션 주식 매도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김범수 위원장 경력에 결정적 타격을 입힌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SM엔터 시세 조정 역시 앞서 언급된 그룹 차원의 계열사 관리 부실이 낳은 사건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현재 업계 일각에선 정신아 신입 카카오 대표 주도 아래 비상경영에 들어간 카카오가 김범수 위원장 부재로 어느 정도 이미지 타격은 입을 것으로 보이나, 기존 사업들의 높은 시장 지배력 등을 감안하면 그룹 자체가 당장 큰 위기에 봉착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AI 투자 등 오너 결정이 필요한 대규모 신규 사업 투자 등에는 차질이 불가피 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 대표는 지난달 25일 열린 그룹 협의회에서 참석자에게 "각 계열사에서 진행 중인 쇄신과 상생 프로젝트를 문제 없이 진행해 달라"면서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현재 추진하는 AI 서비스 개발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영배 큐텐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커머스 1세대 구영배, 업계 전설 등극

구영배 대표도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김범수 위원장 못지않은 입지전적인 인물로 불렸다.

1966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난 구영배 대표는 1985년 서울대 자원공학과에 입학, 졸업 후 석유개발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던 미국의 슐룸베르거에 입사했다.

구영배 대표가 이커머스 업계에 들어온 시기 또한 김범수 위원장과 엇비슷하다.

1999년 인터파크에 입사한 구영배 대표는 사내 TF팀을 이끌고 경매사이트 구스닥을 만들었다. 이듬해 구스닥은 인터파크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사돼 나왔고, 2003년 12월 구 대표는 사명을 구스닥에서 G마켓으로 변경했다. 옥션 등과 함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초창기를 이끈 G마켓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사명 변경 후 G마켓은 빠르게 성장했고 2006년에는 미국 나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2007년에는 연간 거래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서며 옥션을 제치고 국내 1등 이커머스 자리에 올라서기도 했다.

2009년 옥션을 운영하고 있던 미국 유통회사 이베이가 인터파크가 보유하고 있던 G마켓 지분 34.12%를 한화 약 5500억원에 매입했고, 이 시기 구 대표도 보유지분 일부를 매각한 뒤 10년 경업 금지 조항에 따라 잠시 국내를 떠났다.

돌아온 구영배, 문어발 확장나서

이베이와 계약에 따라 한국에서 10년간 동종 업종에 종사하지 않기로 한 구영배 대표는 활동 무대를 싱가포르로 옮겼다.

싱가포르에서 구 대표는 이베이와 함께 인터넷 서비스 기술 회사 지오시스(현 큐텐테크놀로지)를 설립했고, 이를 바탕으로 동남아 이커머스 시장 제패를 목적으로 한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을 창업했다.

구영배의 큐텐은 한동안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글화가 잘된 해외 유명 직구 사이트로 입소문을 탔고, 한국 시장 재진출을 노리던 구 대표는 경업 금지 기간이 만료된 이듬해인 2021년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옥션+G마켓)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당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는 예상 시장가보다 훨씬 웃돈을 적어낸 신세계가 승리를 차지했고, 구영배 대표는 2022년 티몬을 인수하며 국내 복귀에 성공했다.

이후 구 대표는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 인수전 성과를 보여줬다. 2023년 3월에는 인터파크커머스를 그해 4월에는 위메프를 잇따라 인수한 것이다. 그리고 올해 초 큐텐은 Wish와 AK몰까지 인수하며 네이버와 쿠팡으로 양분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새로운 메기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기도 했다.

모래성 무너지기 시작한 큐텐

구영배 대표의 큐텐 신화는 이른바 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고 단 두 달 만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은 위메프였다. 위메프는 지급 예정일(7월 7일)이 도래했음에도 셀러들에게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이커머스 플랫폼의 판매대금 정산기한은 제품·서비스 판매일로부터 약 50~60일 이후다. 셀러 입장에선 판대매금 정산지연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위메프의 미정산 사태는 곧있어 티몬에서도 발생했고 현재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논의되고 있으나 사실상 큐텐 그룹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인터파크커머스는 모회사인 큐텐 측에 내용증명을 발송, 650억원 상당의 대여금 및 판매미수금을 돌려달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인터파크커머스가 큐텐과 결별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기업 회생을 장담하기 힘든 티몬과 위메프 역시 각자도생을 모색 중이다.

류광진 티몬 대표는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에 출석해 "그룹 차원의 노력도 있겠지만 티몬 대표로서 독자적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며 "인수·합병(M&A)이나 투자 유치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 또한 "구 대표 해결책만 기다려서는 안되겠다 생각해 연락을 돌리고 있다"며 "독자적 생존을 모색하고 회생절차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그룹이 해체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해야 할 구 대표의 경우 본인 명의 자택이 가입류 되는 등 사실상 본인 채무 해결도 버거운 상황이다.

한편 구영배 대표는 일말의 가능성에 기댄 듯 지난 8일 티몬과 위메프 합병을 위한 플랫폼으로 'KCCW'라는 명칭의 신규 법인 설립을 신청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구 대표는 KCCW를 기반으로 큐텐의 아시아 시장, 미국 이커머스 계열사 위시의 미국·유럽 시장, 샵클루즈의 인도 시장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지난 9일부터 KCCW는 티몬과 위메프 판매자를 대상으로 미정산 대금의 전환사채(CB) 전환 의향서 접수에 들어가기도 했다. 구영배 대표는 이달 말까지 판매자들을 모집해 1호 주주조합을 결성한 뒤 법원에 합병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그는 "티몬이나 위메프 매각으로는 피해 복구가 어렵다"며 "합병을 통해 과감하게 비용을 축소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신속하게 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장만 신경 쓰다 내실 잃어

김범수 위원장은 한게임에 이어 NHN과 카카오까지 IT 플랫폼 산업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포착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사업을 과감하게 발굴해 시장에 안착시키는 사업가적 역량을 잘 보여줬다.

구영배 대표 역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변화와 성공 포인트를 누구보다 먼저 찾아내 성공적 사업모델로 이어가는 저력을 입증한 바 있다.

그렇기에 이들의 최근 모습과 관련해선 성공 뒤 무엇이 문제였는지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성장 일변도 경영 방식과 부실했던 리스크 관리가 거론된다.

빠른 성장을 거치는 상황 속에서 다양하고 다각화된 위기가 필히 동반되는데 그에 대해 대응이 너무 부족했고, 시대에 뒤떨어진 문어발식 확장 전략을 택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자회사 경영진 육성에 있어서도 기존 기업들과 비교해 전문성이 떨어졌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규모를 고려해 볼 때 오너가 모든 문제 대응이 즉각 대응이 쉽지 않기에 결국 전문성 갖춘 경영진이 필요한데 카카오와 큐텐 모두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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