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과 대립 자제, 친한 육성에 집중
이재명 이어 김경수 견제도 시작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진=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장지현 기자]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차기 대권을 향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각종 잡음으로 시끄러웠던 전당대회를 나름 손쉽게 마무리한 한 대표는 이제 당내 세력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불거져 나오기 시작한 친윤계와 갈등은 확대하기보다 최대한 덮고 넘어가는 모양새다. 또한 한동훈 대표는 차기 대권 경쟁 상대로 거론되는 야권 인사들에 대한 견제 역시 늘려가고 있다.

지난달 23일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 모두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내며 62.8%라는 높은 득표율로 당권을 거머쥐었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했으나 결국 야당에 참패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그랬던 그가 당을 떠난 지 3달여 만에 금의환향한 배경에 대해 정치권에선 여권의 차기 주자로서 한 대표의 가치 때문이란 의견들이 나온다.

차기 대선까지 2년여가 남은 현재 여권 내 이렇다 할 대권 후보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 출범에 크게 관여했고 개인 지지율도 높은 한 대표에게 여권 민심이 쏠렸다는 설명이다.

한동훈 대표 또한 당권 장악 후 유력 대권주자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일단 대통령실과의 관계에 있어 일방적 추종보다는 할 말 하는 당 대표 이미지를 쌓고 있으며, 동시에 당내 극한 대립은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한동훈 대표는 차기까지 자신을 지지해 줄 당내 친한계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차기 대권 경쟁을 펼치게 될 야권과 관련해선 이를 맞상대할 보수진영의 대표로서 선명성을 확고히 하려는 제스처가 자주 감지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통령. 사진=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통령. 사진=뉴시스

尹과 관계는 아슬아슬 '줄타기'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를 대하는 한동훈 대표의 입장은 현재까지 '일방적 추종은 없다'로 정리할 수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 총선 당시 한동훈 대표가 언급했던 수평적 당정관계 성립 및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에 대한 제3자 특검법 도입이라 할 수 있다. 전대 당시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서도 한 대표는 일방적 사과보다 상황에 대해 해명을 우선시했다.

그렇다 보니 세간에선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사이가 예전같이 못하다며 관계 악화설이 불거지기도 했는데, 전대 당시에는 원희룡 전 장관이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슈화시키기도 했다.

당 대표 취임 후로도 둘의 관계 회복보다는 갈등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대표 취임 후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상황에 대해 정치권에선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일단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실에서 열린 당정 회동에 참석, 윤 대통령을 향해 당정 화합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주요 현안 관련 대통령실과 다른 모습을 자주 내고 있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민생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뒤 공식 제의하라"는 의사를 밝혔는데, 한동훈 대표의 경우 "민생을 회담을 통해 풀어나가겠다는 제안은 정책 위주의 정치하는 것으로 출발하겠다는 생각 전환으로 받아들여 환영한다"며 호의적인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내에선 야당 제안에 대해 당정의 의사소통 부재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사면의 경우 윤-한 갈등 재점화 논란을 낳기도 했다.

당초 대통령실은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자에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대법 판결을 받고 피선거권이 박탈된 김경수 전 지사를 복권 대상자에 포함해 지난 14일 사면 복권을 단행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대표는 언론을 통해 김경수 전 지사가 대법까지도 본인 죄를 뉘우치지 않았다며 복권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 같은 한동훈 대표 발언 내용이 알려진 뒤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사면·복권 문제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한 대표를 향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

이후 한동훈 대표는 해당 이슈에 대해 더 이상의 발언을 삼갔고 이에 대해 정계 일각에선 "한동훈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을 실제로 반대했다기보다 현안에 대해 할 말 하는 여권 지도자로서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정치권에선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실과 당과 관계를 지금 정도 수준에서 꾸준히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소수 여당의 한계상 당정 간 단일대오 형성이 필요하나, 당이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차기 대권 레이스 주도권 역시 정부 쪽에 넘어갈 수 있기에 한 대표가 종속적 모습을 보이지도, 그렇다고 대놓고 정부를 따르지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최고위원. 사진=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최고위원. 사진=뉴시스

당 내 친한계 육성에 올인

한동훈 대표는 당 운영에 있어 자신과 손발을 맞출 친한동훈계 육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여당에서 친한계로 불리는 인물들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도부 입성에 성공한 장동혁 수석 최고위원과 진종오 청년 최고위원이 우선 거론된다. 이들은 전대 출마 때부터 한동훈 대표의 러닝메이트를 자처했던 인물들이다.

당 대표 선임과 동시에 발탁한 박정하 비서실장과 서범수 사무총장도 친한계로 분류되고 있다.

또한 한동훈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인 정책위의장을 임명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정점식 의원에서 TK(대구·경북) 4선 중진인 김상훈 의원으로 교체했고, 지명직 최고위원에 원외 친한계인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을 선임했다.

이 중 정책위의장 교체 건은 당내 갈등 요소로 비화되기도 했다. 여당 최고위원회는 당 대표, 원내대표, 전대 선출 5인, 정책위의장, 당 대표 지명 등 총 9인으로 구성되는데 전대 직후 계파 구분을 살펴보면 친한계가 3명에 범친윤계가 5명(추경호 원내대표, 김재원·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 정점식 정책위의장)이었다.

여기서 한동훈 대표는 정책위의장을 정점식 의원에서 김상훈 의원으로 교체하고 지명직 최고위원에 김종혁 부총장을 선임하며 5대 4의 구도를 만들었다.

한동훈 대표와 친한계는 정책위의장 교체 관련 "새 지도부가 출범했는데 자리를 지켰던 사례가 거의 없었다"며 안정적인 당 운영을 위해 교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이를 관철시켰다.

핵심 지도부 구성이 마무리된 후 한동훈 대표는 추가 인선 절차도 빠르게 마무리했다.

전략기획부총장에는 지난 전대 당시 한동훈 캠프 총괄상황실장을 맡았던 신지호 전 의원, 조직부총장에는 친한계로 꼽히는 정성국 의원을 임명했다.

당 수석대변인에는 황우여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했던 곽규택, 한동훈 비대위 당시 영임된 인재였던 한지아 의원이 선임됐다. 또한 국민의힘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신임 원장에는 지난 총선 당시 한동훈 대표와 정책 구상 호흡을 맞췄던 유의동 전 의원이 임명됐다.

한동훈 대표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관련 일각에선 친윤계 배척 지적도 나오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선 대통령실에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현재로선 논란이 일단락된 모습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진=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진=뉴시스

차기 대권 정조준, 예비 경쟁자 견제도 시작

한동훈 대표는 대권 도전을 최종 목표로 하는 만큼 예비 대권 경쟁자에 대한 견제도 늘려가고 있다.

현재 여권 인사 중 한동훈 대표의 차기 경쟁자로 분류되는 인물들로는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있다. 이 중 홍준표 시장은 주요 이슈 때마다 한 대표를 직격하며 그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 중인데, 이에 대해 한 대표는 회피를 통해 논란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야권 소속 경쟁자에 대해선 강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일극체제란 말이 나올 만큼 민주당 지지층을 확고하게 자기 세력화하고 있으며 차기 대권의 가장 유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해 날선 발언들을 자주 쏟아냈다.

이와 관련 한동훈 대표는 지난 6월 이화영 전 경기지사의 1심 판결이 나온 직후 이재명 전 대표를 겨냥 "자기 범죄로 재판받던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경우, 그 형사재판이 중단되는 걸까"라고 말했다.

민주당 전대에서 나온 이재명 전 대표의 '평화형 통일' 주장에 대해선 "북한의 통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지배하에 통일하는 것"이라 비난했다.

또한 한동훈 대표는 대선 경선 참가 시 친노세력 결집이 예상되는 김경수 전 지사 관련 측근을 통해 "김경수 전 지사는 선거 공정성을 훼손한 중죄를 범하고도 이를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한편 여론조사 기관 데일리안에서 지난 15일 발표한 차기 대선 후보 호감도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전 대표 28.5%, 한동훈 대표 19.8%로 두 명이 선두주자로 달렸고, 김경수 전 지사는 이전까지 순위권에 들지 않다가 복권 확정 직후 곧바로 5.4%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조사는 전국 남녀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무선 100% RDD 방식 ARS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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