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형, 2심 집행유예...대법 상고심 파기 환송
"형사소송법 따라 유류물 사후 영장 없이 압수 가능"

사진=대법원
사진=대법원

[월요신문=장지현 기자]정보저장매체를 소지하던 사람이 그에 관한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경우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해당 물건을 유류물로 압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을 환송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2017년 말 아동·청소년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촬영 후 해당 동영상 파일을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해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 성폭력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았다.

A씨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서 SSD카드(외장하드)를 신발주머니에 넣고 고층 아파트 창문 밖으로 던졌고, 차량 압수수색을 위해 기다리고 있던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소유 여부를 확인하는 경찰의 질문에 A씨는 자신의 것이 아니며 던진 적도 없다고 답변했다.

이후 경찰은 해당 신발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SSD카드 2개를 유류물로 압수해 증거로 사용했다.

1심에서는 유류물로 압수한 SSD카드에서 나온 영상 등을 증거물로 인정했고 A씨의 혐의 대부분을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제한을 선고했다.

다만 2심에서는 "영장이 집행되던 중에 압수된 점, 경찰들이 해당 SSD카드가 A씨에 의해 던져진 것임을 짐작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과 관련된 파일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저장매체 탐색 과정에서 A씨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발견된 SSD카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만약 이 사건과 무관한 파일을 발견할 경우 탐색을 멈추고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아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며, SSD카드가 유류물로 압수됐다는 사정만으로 아무런 제한없이 이를 탐색해 별개의 범죄사실에 관한 증거를 취득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 A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사의 상고로 진행된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별도의 영장 없이도 해당 SSD카드를 유류물로 압수할 수 있고 A씨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유류물 압수의 근거인 형사소송법 제218조는 유류물을 압수하는 경우에 사전, 사후에 영장 받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유류물 압수는 수사기관이 소유권이나 관리처분권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했지만 적법하게 포기된 물건을 수사상 필요에 따라 취득하는 수사 방법이므로 유류물 압수에 있어서는 정보저장매체의 현실적 지배·관리 혹은 이에 담겨있는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죄수사를 위해 정보저장매체의 압수가 필요하고 소지하던 사람이 그에 관한 권리를 포기했거나 포기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압수의 대상이나 범위가 한정된다거나, 참여권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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