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 '사법리스크', '제3자 특검' 견제구
주요 쟁점은 합의 불발...비교섭단체 비판

여야 대표 회담에서 악수를 나누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여야 대표 회담에서 악수를 나누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장지현 기자]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시간 가량 진행된 첫 대표 회동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양측은 민생법안 처리에 뜻을 모으면서도, 주요 쟁점인 채 상병 특검법,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금융투자소득세 등에서는 입장 차만 재확인했다.

지난 1일 오후 한동훈·이재명 대표가 국회에서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회담은 각각 13분, 19분씩 진행된 모두발언 뒤 103분간의 비공개 회담과 40분간의 독대로 이뤄졌다. 회담 직후엔 8개 항목으로 구성된 공동 발표문이 공개됐다.

여야 대표 공식 회담은 2013년 11월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 회담 이후 11년 만이다.

당초 10분씩 진행하기로 했던 모두발언은 두 대표가 각자 자신이 중점을 두는 민생·정치 의제를 부각하면서도 서로를 향한 견제구를 날리는 등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이루어졌다.

한동훈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언급하며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상대로 시리즈처럼 해 온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며 "민주당도 재판 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실 거라 기대한다. 무죄를 확신하고 계시는 듯하니 더욱 그렇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제3자 특검법과 관련해서 "한 대표도 전 국민을 상대로 특검법 처리를 공언했으니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바뀌지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 결단하셔야 한다"며 정부·여당을 향해선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걸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비공개 회담장에 앉은 국민의힘(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사진=뉴시스
비공개 회담장에 앉은 국민의힘(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사진=뉴시스

모두발언 이후에는 회담장에서 비공개 회담이 시작됐다.

입장하면서 이재명 대표는 한동훈 대표와 마주 앉는 책상 간격이 너무 넓다면서 "이거 화나도 멱살도 못 잡겠네. 이래가지고는"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두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과 25만 원 지원법, 검찰의 야권 인사 수사 등을 놓고 날 선 발언 등을 주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 면책특권 제한 등 정치개혁안 수용을 요구했으며 1심 결과에 승복하라고도 거듭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검찰 독재를 지적하면서 거부했으며 한 대표의 언급이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의지 아니냐며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검찰 독재 관련해서는 얘기한 바 없다"고 했으며 회담 분위기는 "언성을 높이거나 얼굴을 붉히지는 않았다"고 했다.

103분간의 비공개 회담이 끝나고 양당 정책위의장과 수석대변인이 공동 입장문을 작성하는 중에는 두 대표가 예정에 없던 독대를 진행했다.

이후 독대에서 무슨 얘기를 나눴냐는 질문에 이재명 대표는 "그걸 말해주면 어떡하느냐"고 했다.

양당 수석대변인이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우선 여야가 함께 공약한 민생법안 추진을 위해 민생 공약 협의기구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의료 대란의 경우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국민 생명과 안전 최우선에 인식을 같이해 추석 연휴 응급으료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국회 차원의 논의도 이어가기로 했다.

이 밖에도 반도체·인공지능(AI)·국가기간전력망 확충 지원방안 논의, 가계·소상공인 부채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방안 강구, 육아휴직 확대를 위한 입법과제 신속 추진, 딥페이크 범죄 처벌과 예방을 위한 제도적 보완 신속 추진, 지구당 재도입 추진 등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주요 쟁점이었던 채 상병 특검법,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금투세에 대해선 접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으나 금투세 관련해선 추후 종합적으로 검토·협의하기로 했다.

11년 만의 여야 대표 회담, 정치권 반응은?

이번 회담에 대해 국민의힘은 회담 상시화에 물꼬를 트고 정치 복원의 시작이라는 점,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공약 추진에 있어 상당히 많은 부분의 합의를 봤다는 것을 성과로 꼽았다.

대통령실 또한 "여야 대표 회담을 환영한다"며 "정기국회가 이번 양당 대표가 국민 앞에 약속한 민생 정치의 첫걸음으로 국회 정상화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비교섭단체들은 이번 회담에 대해 여야가 장기적으로 대치해 온 주요 쟁점들에 대한 성과가 없었다며 비판하고 있다.

개혁신당은 여야 대표 회담을 두고 "소문난 잔치였음에도 기대한 국민들을 배불리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성열 수석대변인은 "현안에 대한 공통 분모를 찾은 것은 분명한 성과지만 허전함과 아쉬움이 크다"며 "의료대란 대책 마련은 양당이 객관적 현실 인식을 하고 있다는 증거였지만 메인디쉬 중 하나였던 채 상병 특검법과 추석을 앞두고 민생 회복 지원금 협의가 불발됐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한 "아직 협의된 정책들은 방향성만 확인됐을 뿐 향후 구체적 과정에선 진통이 예상된다. 양당 민생 협의기구 운영 과정에서 소수의견 존중을 위해 비교섭단체의 테이블도 반드시 놓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국혁신당 또한 여야 대표 회담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회담이 맹탕으로 끝났다. 한동훈 대표가 약속한 바 있는 제3자 특검법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은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며 "의료대란에 대해서도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주로 붕괴되고 있는데도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 이상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비교섭단체로서 "두 거대정당의 대표가 수시로 만나 회담하기를 바란다.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다양한 정당이 존재하는 만큼 대화 채널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도 밝혔다.

정치권에선 9월 정기국회가 열리는 만큼 여야는 예산심사에 있어서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며, 양당 대표들이 실질적인 합의를 봤음에도 세부적인 과제를 놓고 대치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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