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우리금융 정기검사 앞당겨 실시…우리투자증권 M&A 적정성 조사까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급한데…금융당국 승인 필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출근하고 있다. 2023.07.03. 사진=뉴시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출근하고 있다. 2023.07.03.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서령 기자]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문제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및 조병규 우리은행장에 대한 징계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나아가 지난 5월 우리금융이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금을 합병해 설립한 우리투자증권과 관련한 인수합병 적정성 조사까지 예고되면서 우리금융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타깃'이 된 우리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가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임종룡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기의 우리금융…전 회장 부당대출 논란에 우리투자증권 합병 적정성 의혹까지

3일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 등에 대해 정기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우리금융·우리은행 정기검사는 2021년 말 이후 약 3년 만이다.

당초 우리금융 정기검사는 내년 말 예정 돼 있었지만 시기가 1년이나 앞당겨졌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 부당대출 의혹 등 최근 불거진 사태에 대한 고강도 특별검사가 예상된다.

손태승 전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 이어 2019년 우리금융지주회장을 역임, 지난 2023년 3월 임기를 마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 전 회장 재임 시절 손 전 회장의 처남 등 친인척 관련 차주에 616억원의 대출이 실행됐으며, 이 가운데 350억원은 허위 문서를 내거나 담보가 안 되는 것을 담보로 잡고 실행한 부당대출로 밝혀졌다.

또한 금감원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이 의도적으로 금융당국에 해당 대출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9~10월 사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올해 3월 이번 사안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금융 사고를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은행은 대규모 부적정 대출 취급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한 사실이 없다"라며 "그간 금감원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추진해 온 지배구조 개선 취지와 노력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67조 규정에 근거해 심사소홀 외 뚜렷한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캐피탈에서도 각각 7억원, 10억원 대의 손태승 전 회장 관련 대출이 실행된 것이 밝혀졌다. 해당 대출이 부당한 절차로 이뤄졌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우리금융 계열사 전반으로 검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태로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직접 보도자료를 배포해 우리금융을 비판하고, 이복현 금감원장이 연일 우리금융·은행 현 경영진을 향해 강한 질타를 이어가자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은행장에 대한 징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권 여신거래 안심차단 시행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8.23. 사진=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권 여신거래 안심차단 시행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8.23. 사진=뉴시스

이복현 원장은 지난달 2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전 경영진에서 벌어진 문제지만, 새로운 경영진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나서야 수습하는 것이 감독 당국에선 신뢰하기 어렵다"면서 "명확하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원장이 "우리금융의 행태를 볼 때 더이상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판단된다"며 "법상 할 수 있는 권한에서 최대한 가동해 검사와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하자 현 경영진에 대한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임종룡 회장은 지난달 28일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대출로 국민들과 고객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조사나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6년까지이며, 조병규 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다.

문제는 우리금융을 둘러싼 논란이 전 회장 부당대출을 넘어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는 점이다.

지난 5월 우리금융이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금을 합병해 설립한 우리투자증권에 대해 금융당국이 칼을 뽑아 들었다. 금감원은 우리투자증권 합병 과정에서 특혜 등이 없었는지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한다'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박차…문제는 금융당국 승인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보험사 인수에 힘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는 임종룡 회장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통한 그룹 경쟁력 강화 원년'으로 삼은 해이기도 하다.

우리금융은 가장 시급한 과제인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최근 보험사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을 설립한 것 역시 '비은행 강화'의 일환으로, 우리금융은 은행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다.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올 상반기 기준 95.4%로, KB금융(61%), 신한금융(71%), 하나금융(83%) 대비 크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어 동양생명보험주식회사와 ABL생명보험주식회사 인수를 결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지분과 가격은 동양생명 75.34% 1조2840억원, ABL생명 100% 2654억원이며, 총인수가액은 1조5493억원이다.

동양생명은 국내 22개 생보사 중 수입보험료 기준 6위 대형 보험사로 지난해 기준 총자산 33조원, 당기순이익 3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이익창출력을 보유하고 있다. ABL생명은 업계 9위 중형 보험사로서 지난해 총자산 17조원, 당기순이익 800억원을 시현했다.

두 보험사 통합 시 자산 규모는 약 50조원으로, 업계 상위권인 신한라이프생명(57조6000억원)및 NH농협생명(53조8000억원)과 비슷하다.

경찰이 20일 저우궈단(Jou Gwo-Duan) 동양생명 전 대표이사의 업무상 배임 혐의와 관련해 동양생명 본사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경찰이 압수수색중인 서울 종로구 동양생명 본사의 모습. 2024.05.20. 사진=뉴시스
경찰이 20일 저우궈단(Jou Gwo-Duan) 동양생명 전 대표이사의 업무상 배임 혐의와 관련해 동양생명 본사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경찰이 압수수색중인 서울 종로구 동양생명 본사의 모습. 2024.05.20. 사진=뉴시스

우리금융은 올 5월부터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본격적인 협의를 진행했고, 이어 6월에는 MOU를 체결해 독점적 협상지위를 확보하고 실사에 돌입했다. 이후 2개월 간의 실사 과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산정했으며, 다자보험그룹과 가격 및 거래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8월 28일 SPA 체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고령화 및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인구구조 변화에 부합한 상품 제공도 원활해져 종합금융그룹으로서 고객 서비스가 향상될 전망"이라며 "비은행 부문 수익규모 확대에 따라 90%를 넘나드는 은행 의존도가 개선됨으로써 주주가치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우리금융이 이번 보험사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증권업·보험업을 모두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게 된다.

문제는 보험사 최종 인수에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지주 전 계열사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를 예고한 만큼, 보험사 승인 심사 과정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

또한 금융당국이 부정 대출 관련자에 대한 직접적 제재는 물론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등에 대한 기관제재도 시사한 만큼 만약 실제로 기관제재로 이어질 시 보험사 인수는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하나금융그룹의 더케이손해보험 인수 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졌으나 자회사 편입 승인을 해준 사례가 있다.

한편 한 언론을 통해 대통령실에서도 우리금융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이 나왔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사실상 금융당국이 임종룡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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