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사진=뉴시스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이종선 기자]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치르게 되면서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될 인사에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한동훈 법무부장관 등이 인물이 거론되는 가운데 어떤 인물이 와도 비대위가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의 인명진·주호영 비대위나 더불어민주당의 윤호중·박지현 비대위 등 여러 비대위가 존재했지만 호평을 받고 퇴장을 한 선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박근혜·김종인과 같이 비대위 체제에서도 성공했다 평가받는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비대위' 자체를 절망적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나라당·새누리당 기사회생 시킨 박근혜…'선거의 여왕' 타이틀도

정치권에서는 성공한 비대위라 한다면 한나라당·새누리당 시절의 박근혜 비대위를 꼽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4년과 2011년 두 번의 비대위원장직을 맡으며 위기에 빠졌던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기사회생시킨 전력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박 전 대통령은 2004년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당시 한나라당 불법 대선 자금 수수,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 등 한나라당에 불리한 상황 속에 치러진 선거에서 당을 승리로 이끌었다. 당시 시행됐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한나라당의 우세지역으로 꼽히던 강남3구와 TK(대구·경북)지역에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열린우리당 후보에 밀리는 등 전체적인 열세를 보여줬다. 최악의 경우 원내 50석 확보라는 참패의 결과가 예상된다는 우려마저 나왔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천막 당사'를 차리고 당내 '탄핵 찬성 철회' 주장을 거부하며 지지층 이탈을 막았다. 그러면서 중도층에는 거대 여당을 견제해야 한다며 호소하는 등 노력을 펼친 결과 '80석이라도 확보하면 다행'이라는 평가를 듣던 한나라당은 기대를 훨씬 웃도는 121석을 차지하며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여기서부터 박 전 대통령에게는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1년 다시 한 번 비대위를 이끌었다. 전당대회에서의 돈봉투 의혹과 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의혹 등으로 인해 홍준표 대표 체제에 힘이 빠지면서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고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으로 인해 어두운 분위기가 더욱 가속화됐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박근혜 비대위가 구성됐고 당의 쇄신을 위해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교체했다. 이어 당의 상징색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변경하고 공천에서 친이계를 배제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19대 총선은 새누리당이 152석을 얻는 결과를 안겼고, '박근혜'라는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져 18대 대선에서 당선됐다.

계파갈등·당 쇄신 유도한 김종인…'원내 1당'·'재도약 발걸음'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사진=뉴시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사진=뉴시스

김종인 비대위 역시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둔 당시 민주당은 문재인·안철수계 사이의 계파 갈등이 과열된 상황이었고 일부 의원들은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기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이해찬·정청래 등 현역 의원 26명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해당 지역구를 전략공천 선정 지역으로 정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선거 프레임을 '경제 이슈' 하나로 단일화 할것을 주장하며 이를 강조한 결과 민주당은 123석을 얻어 원내 1당의 자리를 획득했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은 2020년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 자리를 맡았다. 20대 총선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이후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던 미래통합당은 김 전 위원장을 필두로 비대위를 다시 한 번 꾸몄다. 김 전 위원장은 미래통합당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고 정강 및 정책의 변화로 당의 변화와 쇄신을 유도했다. 총선이나 지선은 아니지만, 국민의힘이 재도약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김 전 위원장이 이끌었던 4·7의 승리는 중요하다고 평가된다.

박근혜·김종인 비대위로 본 '성공한 비대위' 조건

박근혜 비대위와 김종인 비대위는 모두 당의 중진들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던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대부분의 행적이 이뤄졌다. 여기에 중도층을 포섭할 수 있는 중도의 정치와 함께 정치적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자리한 것도 공통점으로 분석됐다. 이에 이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도 한 장관이 발목을 끊임없이 잡히는 이유는 '정치적 경험의 부족'과 이에 따른 '리더십 검증 불가'가 따라붙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비대위는)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했고 당의 정강정책을 비롯한 모든 것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국민께 새로운 희망을 줬고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 "모든 것을 뒤바꿀 수 있는 쇄신과 혁신의 비대위원장이 와야 된다는 목소리에 당연히 힘이 실린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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