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그만두려 했으나 희열감 잊지 못해"
"선한 캐릭터 위해 비속어·게임 모두 자제"

서경수 배우. 사진=오디컴퍼니
서경수 배우. 사진=오디컴퍼니

배우 서경수에게 '일 테노레'는 몸이 요동치고 심장을 울리는 운명 같은 작품이었다. 1930년대 조선 최초의 오페라를 공연하고자 했던 '윤이선'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는 다시 한번 그의 안에 잠재돼 있던 노래에 대한 열정을 확인했다.

서 배우는 뮤지컬 배우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무대 위에서의 희열감을 잊지 못해 다시 무대에 섰다.

진심으로 그가 뮤지컬을 사랑했고 그 분야에 열정을 다 했기에 무대 위의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서 배우의 뮤지컬 사랑은 조선 최초의 테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윤이선'에게 모두 투영됐다.

◆ 이번 작품을 선정한 이유가 있는가?

'일 테노레' OST는 듣는 순간 몸이 요동친다. 선율이 심장을 울린다고 해야 하나?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내 안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연습만 하면 스태프, 배우 할 거 없이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렸다. 그 정도로 일 테노레는 몰입도가 높았다.

'일 테노레'를 하면서 행복을 많이 느꼈다. 이대로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창착 초연이다보니 배우들과 함께 맞춰나가는 시간이 참 좋았다. 아직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극에 각자의 아이디어를 반영하면서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작품을 리딩하는 첫날 내게 운명 같은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 조선 최초의 테너 '윤이선'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뒀는가?

'일 테노레'는 조선 최초의 오페라 공연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로 꿈과 희망, 사랑의 메시지가 모두 담겨있다. 그중 나는 사랑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했다. '윤이선'이 생각하는 '서진연'에 대한 마음은 어느 정도일까 고민하며 나름의 기준점을 잡아갔다. 사랑도 결국 꿈에 포괄된다. '윤이선'에겐 '서진연'이 가장 큰 꿈이었다. '서진연' 덕분에 오페라라는 꿈을 더 간절하고 행복하게 꿀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진=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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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이선'에게 '서진연'은 꿈을 꾸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 서경수 배우에게 원동력이 되는 인물은 누구인가?

가족이 저의 원동력이자 기둥이자 삶의 바탕이다. 예전에 어머니가 "경수야 너무 조급해 하지마. 인생은 마라톤이야. 천천히 걸어가면 돼"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참 위안이 됐다. 이후에 지금에 만족하고 항상 감사하며 살려고 한다. 천천히 행복하게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면서 미래를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가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친형도 내 삶의 원동력이다. 극 중 '윤이선'이 형을 우러러보는 것처럼 나도 형을 존경한다. 형과 나는 우애가 깊다. 형을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고, 내게 형은 뭐든지 다 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하는 존재이다. 이번 작품 하면서 형과의 추억들이 많이 떠올랐다.

◆ '윤이선'과 자신을 비교했을 때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처음 오디션 제안이 왔을 때 의구심이 들었다. '성악가'를 꿈꾸는 의대생이라고 해서 왜 나에게 이런 제안을 준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노래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것에서 나와 참 많이 닮았다.

5, 6년 전에 더 이상 뮤지컬 배우를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려고 했다. 근데 끝내려고 마음먹은 순간 파노라마처럼 그동안 내가 해왔던 뮤지컬 활동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무대 위에 가득 찬 희열. 그걸 끊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면서 내가 뮤지컬을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오페라를 향한 '윤이선'의 마음도 나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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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점은 굳이 꼽자면 '윤이선'에 비해 내가 내성적이라는 것이다. MBTI도 검사해봤는데 I 성향이 강했다. 또 '윤이선'은 선한 캐릭터이다. 그래서 나도 한동안 선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친구들이랑 있을 때도 최대한 말조심을 했다. 편한 사이끼리는 가볍게 욕을 주고 받기도 하지 않나. 그러나 왠지 '윤이선'은 가벼운 욕조차 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원래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도 굉장히 좋아했는데 게임유저들이 욕을 많이 해서 나도 모르게 욱하게 돼 지금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 '윤이선'을 표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극 중에서 성악 발성으로 노래를 해야할 때가 있는데 주로 내가 하던 발성이 아니라서 고민이 컸었다. 레슨도 받고 성악가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계속 연습 중이다. 성악가를 조금이라도 흉내낼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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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초연인 만큼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했을 것 같다. 관객들의 관람 후기를 살펴봤는가?

사실 댓글을 잘 보지 않는 편이라 잘 모르겠다. 글이라는 게 뇌에 각인이 정말 잘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말은 흘러가고 나쁜 말은 머릿속에 박힌다. 나도 모르게 사람들의 말을 의식할까봐 최대한 보지 않는다. 관객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일 테노레' 식구들이 정말 행복하고 재밌게 공연하고 있구나라고 느꼈으면 좋겠다.

◆ 아직 공연을 관람하지 않은 관객에게 한마디 한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다. 저희 '일 테노레' 가족들이 관객들에게 더 소중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보러 와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그 기대에 보답할 수 있게 늘 최선을 다하겠다.

서경수 배우가 출연하는 뮤지컬 '일 테노레'는 오는 5월 19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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