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과 바나바. 사진= Copilot 제작  
바울과 바나바. 사진= Copilot 제작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 제도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가장 중요한 기반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여 남용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권력을 분산시키는 삼권분립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삼권분립은 국가권력의 분산을 통해 국민의 자유권과 재산권을 수호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입법부·행정부·사법부로 나누어 조직하는 정치 제도를 말한다. 국가권력을 그 성질에 따라 입법권은 국민대표기관인 입법부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사법부가, 행정권은 행정부가 각각 분담하여 행사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민주국가에서는 국민의 선거를 통해 국가 기관의 대표를 선출함으로써 집권당인 여당과 차기 집권을 추구하는 야당이 국가권력에 대한 상호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여당과 야당은 항상 경쟁하고 대결하는 입장에 서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민주국가에서 여당과 야당이 온 국민 앞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며 다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신약성경 사도행전에 최초의 선교사 바울과 바나바가 2차 선교여행을 준비하면서 격렬하게 다투는 장면이 나온다. 바나바는 2차 선교여행에 마가를 데리고 가자고 제안하였다. 그러나 바울은 1차 선교여행 중 중도에서 포기하고 돌아온 마가의 동행을 적극적으로 반대하였다. 온갖 위험과 험난한 여정을 감수해야 하는 일을 인내심과 책임감이 부족한 그에게 또 맡길 수야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바나바는 마가의 실수와 과오를 용서하고 그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자 하였다.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하면서 강인한 체력이나 정신력을 갖추지 못했지만, 그런 마가이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훈련의 기회가 필요하지 않은가? 바울과 바나바는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않고 서로 심하게 다툰 끝에, 결국 선교팀을 두 팀으로 나누어 선교여행을 출발했다. 바나바는 마가를 데리고 남서쪽 키프로스로 떠났으며, 바울은 새로운 인물 실라와 함께 북서쪽 소아시아 지방으로 향했다.

바울과 바나바 두 지도자의 의견대립과 논쟁은 선교팀의 구성 문제에 있었다. 바울과 바나바는 선교팀의 구성원 선정에 대한 견해 차이로 인해 선교팀을 두 팀으로 분리했지만, 그들의 공동 목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의 의견대립으로 인한 선교팀의 분리는 공동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논쟁과 선교팀의 분리로 인해 새로운 인물들이 선교팀의 구성원이 되었으며, 선교지가 유럽까지 확장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마가는 원래 겁이 많고 유약한 청년이었다. 그랬던 그가 그 이후 숱한 고난에 맞서 싸우며 인내하는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하였다. 엄격하고 강경한 원칙을 강조하는 바울, 그리고 허물과 실수를 용납하고 포용하는 바나바, 두 지도자가 격렬하게 다툰 이유는 마가의 선교여행 동행 여부에 있었다. 그러나 두 지도자의 해결방안은 공동체를 위해서, 그리고 마가의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서, 모두가 유익한 것이었다. 그래서 바울과 바나바의 다툼은 마가의 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준 것이 분명하다. 바울이 옥고를 치르고 있을 때, 마가는 끝까지 바울의 곁을 지키는 신실한 동역자가 되었다. 그는 예수의 열두 제자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정리하여 최초의 복음서를 기록한 것이다.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지도자들의 뜨거운 논쟁을 일상적으로 접한다. 국가의 사소한 문제로부터 중대사에 이르기까지 지도자들이 극단적으로 다투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런 논쟁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우리 민족이 공동체의 목적과 비전을 더욱 확고하게 세우고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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