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상적인 말 말고 구체적 자료 내놔야"
"정부 결정은 사법 통제 대상...법원 결정 전 최종 승인 말라"

의대 교수들이 주1회 휴진에 돌입한 4월 30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의대 교수들이 주1회 휴진에 돌입한 4월 30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지영 기자]서울고법이 의과대학 전공의와 수험생 등이 제기한 의대 증원 관련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정부에 의대 증원의 구체적 근거 자료를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또한 의대생 등에게 집행정지 신청 자격이 없다는 정부 측의 주장에 문제를 제기하고, 법원의 최종 결정 전까지 의대 증원 최종 승인을 하지 않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1일,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전날 교수,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법원은 정부 측에 2천 명의 의대생 증원 결정과 관련해 대학의 인적·물적 시설에 대한 엄밀한 심사 여부를 포함한 과학적 근거자료를 다음 달 10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모든 행정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당초 2000명이라는 숫자는 어떻게 나왔는지 제출해 달라. 최초 회의자료, 회의록 등 그런 것들 있으면 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을 보면 인원 조정, 정원과 관련해서는 인적·물적 시설 요건이 있다. 이런 증원(총 2000명)의 각 대학 배정이 인적·물적 시설 조사를 하고 한 것인지 궁금하다"며 "'차후에 지원하겠다' 이런 추상적인 말 말고,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예산 있는지 밝혀줘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는 법원이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결정에 대한 근거가 타당했는지 면밀하게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의료계가 제기한 '증원이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주장도 고려해 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부 결정은 사법 통제 대상...재판부 결정 전 최종 승인 말라"

재판부는 집행정지 신청 자격이 없다는 정부 측 주장에도 문제를 제기하며 '다툴 자격'을 문제 삼았던 기존 재판부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재판부는 "(의대) 증원이 늘어날 경우 대학 총장이 (법적으로) 다툼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라며 "그렇다면 국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할 때 다툴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국가의 결정은 사법적으로 심사,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인지 조금 의문이 든다"며 "모든 행정 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 정부에서 한다고 일사천리로 해야 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3일 "의대 정원 배정 등 처분의 직접적인 상대방은 의대를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이고 신청인들은 제3자에 불과하다"며 이들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한 것과 다른 입장이다.

재판부는 정부 정책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대학 총장만을 당사자로 인정할 경우, 정부 정책의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집행정지 항고심에 대한 결론은 이달 중순에 내릴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전에는 (증원에 대한) 최종 승인이 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결론을 내리기 전부터 사실상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법원 측은 이러한 요청이 구속력 있는 결정이나 명령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법원 관계자는 "집행정지 사건의 결정 전에 서둘러 절차가 진행돼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 해당 사건의 실익이 없어지기 때문에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고법의 최종 결정에 따라 정부의 2025학년도 정원 증원 계획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을지 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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