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전지환 기자]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올해 상반기 후판가격 협상에 돌입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양측간 입장차가 커 조기 협상 타결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선박 원가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로,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모두 후판가격에 늘 민감한 상황이다. 

또한 통상적으로 후판가격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총 두 차례 진행돼 왔으며, 협상에는 보통 2개월에서 3개월이 걸렸다.  

당초 후판가격 협상은 별다른 이슈가 되지 않았는데 조선업 경기가 긴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시작한 2021년부터는 양 측간 사활이 걸린 난제로 떠올랐다.  

이때부터 원가 상승 부담이 급증한 철강업계가 연이어 후판가격 인상을 밀어 붙였고 이에 제품가 역시 톤당 100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해 하반기 협상에선 양측이 그해 상반기보다 소폭 가격이 내려간 톤당 90만원선에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서로간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후판가격 협상 타결에는 상당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철강업계는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전기료 인상 등을 고려할 때  가격 추가 인하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에선 후판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추가 인하가 없을 경우 다시금 업황 침체가 찾아 올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양측 모두 나름 일리 있는 의견으로 보인다.

지난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제품 판매 가격에 반영하지 못 한 철강업계는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에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27.2%, 50.1% 감소했다.

몇 년 만에 조선3사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한 조선업계의 경우 후판가격에 따라 수익성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 특성상 수주 후 1년에서 2년 뒤 선박 건조가 진행되는데, 지금 후판가격으로 1~2년 전 수주한 배들을 건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선업계 일각에선 국내산 대비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후판 사용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중국산 후판 사용은 국내 철강업 근간을 뒤흔드는 결정이 될 수 있다. 자동차, 건설과 함께 국내 최대 철강 사용처인 조선업계에서 가격을 이유로 중국산 제품을 택할 경우 그에 따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입장에서도 수입산 후판이 최선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산업 보호라는 측면을 떠나 품질 및 공급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이야 중국산 후판이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가격 협상 주도권이 중국 측에 넘어갈 경우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철강과 조선 모두 대한민국이 산업 근대화를 이룩하고 선진국으로 나아가는데 크게 기여한 산업들이다. 또 이들 업계가 오랜 시간 함께 성장해 왔기에 오늘날 글로벌 철강과 조선업체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본다. 

부디 두 업계가 후판가격 협상에 있어 극한 대립 후 공멸보다는 상생의 길을 찾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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