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대중지지↑...여름 대공습 전망도
​​​​​​​이달 중국 방문 시사…북·중·러 유대 깊어지나

30년 장기 집권을 시작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뉴시스
30년 장기 집권을 시작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이종주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선 고지에 오르며 2030년까지 정권이 연장됐다. 지난달 15~17일 진행된 러시아 대선에선 사실상 경쟁자 없이 나선 푸틴 대통령이 87%가 넘는 역대 최고 득표율로 승리를 거뒀다. 30년 독재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에 대해 서방에선 거수기 성격의 대선으로 선거의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의 5선에 대해 서방과 러시아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서방 언론은 경쟁자 없이 치러진 선거였고 그 이전 정적에 대한 대대적 숙청이 자행됐기에 불공정하며 어찌 보면 당연한 선거 결과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는 현 정부의 내치 성과 및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중의 압도적 지지가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의 향후 국정 방향에 대해선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통제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의견과 함께 이를 바탕으로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욱 강하게 밀어 붙일 것이란 의견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강경 일변도 고수하는 푸틴

푸틴 대통령은 5선이 확정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간 전면적인 충돌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오늘날 세계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 임기의 우선순위에 대한 질문에서도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언급하며 "우리는 특별군사작전의 맥락에서 일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B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서방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치러진 러시아 대선에선 투표 기간 중 러시아군 점령지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해서도 무장한 군인들이 투표를 강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역시 선거 결과에 대해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잇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관련해선 늦은 봄 또는 여름 러시아군의 대공세이 있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의 고위 지도부가 5월9일까지 차시우 야르를 점령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차시우 야르는 우크라이나 동부전선 격전지인 도네츠크주(州)에 있는 마을로, 지난해 러시아군이 점령한 바흐무트에서 5~10㎞ 떨어져 있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FPRI) 롭 리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이 마을을 점령하면 도네츠크 내부로의 진격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차시우 야르) 점령을 위해 러시아군은 운하를 건너야 하는데, 이제 그 남동쪽 운하까지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곧 치러질 전승절 행사에 맞춰 대내외에 과시할 성과를 올리기 위해 공세에 나선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지난해 봄철에도 최대 격전지였던 바흐무트에 총공세를 퍼부어 5월 말 점령을 선언했다.

서울 시내 마련된 푸틴의 정적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추모 공간.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마련된 푸틴의 정적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추모 공간. 사진=뉴시스 

걱정 커진 우크라이나, 중국은 반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취임식 당일 대국민연설에서 "요즘 도네츠크 전선의 상황이 특히 어렵다"며 "크레믈궁이 늦봄이나 여름에 대규모 공세를 개시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탄약 및 병사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군은 코앞까지 다가온 러시아군을 힘겹게 막아내고 있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차시우 야르 근처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탄약, 드론, 전자전 장비를 모두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며 러시아와 밀월 관계가 깊어진 중국의 경우 푸틴 대통령의 연임을 반기는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 또한 올해 첫 해외 순방지로 중국을 선택, 5월 중 방중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푸틴은 지난달 25일 한국경제인협회 격인 '러시아 산업·기업인 연맹(RSPP)' 행사에서 부연 설명 없이 자신이 다음달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일정은 푸틴에게 올해 첫 해외 순방이 되는데, 푸틴 대통령은 방중 기간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러 관계 심화 등 의제를 둘러싼 대화를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세계 외교무대에서 소외된 푸틴이 이번 방중을 계기로 중·러 간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면서 러시아가 고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할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로버트 로스 보스턴칼리지 정치과학 교수는 "현재 중러 관계는 중국이 러시아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러시아가 중국을 더 필요로 하는 관계"라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지난달 87%의 득표율로 대선에서 5선에 성공한 푸틴은 당선 직후 몇 년 내로 중러 관계를 더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한 이래 중국과 러시아는 무역·군사 관계를 강화해 왔다.

시진핑은 지난 2022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당일날 푸틴과 중러 정상회담을 진행한 뒤 중·러 관계가 "흔들림 없이 굳건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후 시진핑은 지난해 3월 러시아에 방문해 푸틴과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논의했고, 7개월 뒤인 지난해 10월 일대일로(BRI) 포럼을 계기로 베이징에서 대면 회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의 방중 발표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과 회담을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가운데 나왔다.

블링컨 장관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면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 그는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의 무역 관행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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