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CISAC 세계 총회에 참석한 해외 저작권 단체들이 한국 창작자들의 공정보상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음악저작권협회)
지난 30일 CISAC 세계 총회에 참석한 해외 저작권 단체들이 한국 창작자들의 공정보상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음악저작권협회)

[월요신문=정채윤 기자]한국영화감독조합(DGK)은 저작권 분야 세계 최대 국제 대회인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이하 CISAC) 2024 세계 총회'가 지난 5월, 20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됐다고 7일 밝혔다.

(사진=한국음악저작권협회)
(사진=한국음악저작권협회)

가디 오론(Gadi Oron) CISAC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국빈 만찬 자리에서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를 불러 환호 받았던 장면을 보여주며 연설의 포문을 열었다. 가디 오론은 "윤 대통령이 미국 노래를 선보이며 문화적 장벽을 넘은 것과 같이, 이제는 전 세계에서 K-POP과 K-영상 콘텐츠가 과거의 미국 콘텐츠들의 역할을 대체하게 됐다"며 한국 문화의 달라진 위상을 역설했다.

(사진=한국음악저작권협회)
(사진=한국음악저작권협회)

K-POP 산업의 동력으로 저작권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기조연설에 이어 한국 영상 산업의 현실을 묻는 질문으로 시작된 CISAC 2024 세계 총회의 창작자 패널 토론에는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의 유지태 감독, 조국혁신당 김재원(리아) 의원, 전 스페인 문화부 장관이자 현 CISAC 부회장인 앙헬레스 곤잘레스 신데(Ángeles Gonzales Sinde), 호주음악가권리협회(APRA) 회장 제니 모리스(Jenny Morris), 멕시코작곡가협회 (SACM) 아르투로 마르케스(Arturo Marquez) 부회장이 참여했다.

유지태 감독은 K-영상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영상 콘텐츠 창작자들의 현실은 전 세계적으로 저작권료를 받는 K-POP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 감독은 "저작권자를 일원화함으로써 영상 산업을 진흥하려 했던, 1980년대의 저작권법이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유지된 채로 방치되고 있어, K-영상 콘텐츠 창작들은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보장하는 최소한의 권리도 받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언급하며 전 세계적 연대를 요청했다.

지난 29일 DLVRG에 참석한 해외 저작권 단체들이 한국 창작자들의 공정보상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음악저작권협회)
지난 29일 DLVRG에 참석한 해외 저작권 단체들이 한국 창작자들의 공정보상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편 CISAC 총회에서는 시청각물 위원회 DLVRG(Dramatic, Literary and Audiovisual Repertoire Group)의 한국 영상 저작권법 개정을 지지하는 해외 단체들의 연대가 눈에 띄었다.

DGK의 이윤정 감독은 영상 저작권법 개정을 위한 지난 DGK의 입법 활동들을 설명했고, 그럼에도 변화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막막함을 이야기했다. 참석한 해외 단체들은 K 콘텐츠 산업 발전 이면에 가려진 창작자를 위한 국가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국내 현실에 놀라움을 표했다. 또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한국 영상창작자의 '정당한 보상금'이 제 주인을 찾아갈 수 있도록 K-영상 창작자의 권리 보호에 더욱 관심을 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한국음악저작권협회)
(사진=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이어 가디 오론 CISAC 사무총장은 "한국 영상 창작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법 제도로 보호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며, 이는 CISAC 총회 직전에 열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사무총장 가디 오론이 문체부 장관에게 직접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인촌 장관은 "대한민국의 문화적 위상이 달라진 만큼 달라진 환경이 일으키고 있는 새로운 저작권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며 "창작자가 보호받을 수 있고, 세계 무대에서 아주 투명하고 정당하게 서로 간에 입장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저작권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일에 앞장서고 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40여 년이 넘게 유지되고 방치됐던 한국 영상 저작권법이 CISAC 총회를 계기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정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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