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역사 유적 간직한 천년 고찰
때 묻지 않은 자연 속 삶의 여유 만끽

[월요신문=윤노리 작가]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영귀미면에 자리한 수타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천년사찰이다. 홍천 9경 중 하나로 꼽히는 공작산 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통일신라 제33대 왕인 성덕왕 7년(708)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수타사는 임진왜란을 겪으며 사찰 건물이 완전히 불에 타 소실됐으나, 인조 때 중건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무엇보다 때 묻지 않은 홍천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 시간의 흐름을 간직한 문화재까지 만나 볼 수 있는 수타사는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서 불자들은 물론 수 많은 관광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홍천 수타사 입구 전경. [사진=윤노리 작가]
홍천 수타사 입구 전경. [사진=윤노리 작가]
수타사로 들어가는 공작산 등산로 입구. [사진=윤노리 작가]
수타사로 들어가는 공작산 등산로 입구. [사진=윤노리 작가]

해가 꽤 뜨거웠던 6월의 어느날 수타사를 찾았다. 공작산 등산로 입구에서 출발해 걷다 보면 울창한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기분좋은 그늘 속 산림욕의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경치에 취하고 나무 향기에 취할 무렵 피부가 한껏 벗겨진 소나무들을 만나게 됐고 이내 가슴 한켠이 찌릿해지는 아픈 역사의 순간을 마주하게 됐다. 

역사의 상처를 안고 자라는 소나무 설명. [사진=윤노리 작가]
역사의 상처를 안고 자라는 소나무 설명. [사진=윤노리 작가]
소나무에 남은 아픈 역사의 흔적. [사진=윤노리 작가]
소나무에 남은 아픈 역사의 흔적. [사진=윤노리 작가]

소나무의 벗겨진 부분들은 아직 아물지 않은 우리네 상처였다. 일제강점기 말 자원 수탈에 눈이 멀었던 일본제국은 송탄유를 연료로 사용한다는 황당한 발상을 했고 공작산 또한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에 의해 강제채취가 이뤄졌다. 나라를 지키지 못해 우리 선조들과 우리 땅이 겪어야 했던 수탈의 흔적은 언제 마주해도 가슴을 메어지게 만들었다. 

수타사로 가는 공작산 산책로. [사진=윤노리 작가]
수타사로 가는 공작산 산책로. [사진=윤노리 작가]
수타사로 향하는 길에 마주한 다래터널. [사진=윤노리 작가]
수타사로 향하는 길에 마주한 다래터널. [사진=윤노리 작가]
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소망을 담아 쌓아 올린 돌탑들. [사진=윤노리 작가]
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소망을 담아 쌓아 올린 돌탑들. [사진=윤노리 작가]

숲길을 지나자 우리 산야 곳곳에서 볼수 있는 다래덩굴 터널과 함께 수타교가 등장했고, 수타교 아래에는 이곳을 거쳐갔을 수 많은 사람들의 소망이 담긴 돌탑밭과 마주했다. 가장 한국적인 모습 속 복을 바라는 우리네 마음이 다 똑같다는 생각을 잠시하며 슬며시 나의 소원도 하나 얹어봤다. 

수타사 입구에 자리한 소조사천왕상(塑造四天王像). [사진=윤노리 작가]
수타사 입구에 자리한 소조사천왕상(塑造四天王像). [사진=윤노리 작가]

수타사 입구에선 소조사천왕상(塑造四天王像)의 늠름하고 장엄하며 굳건한 모습과 마주했다. 1676년(숙종 2)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수타사 소조사천왕상은 2023년 10월 국가유산 보물로 지정됐다. 사천왕은 동서남북 사방을 지키고 불교를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 신이다. 3m 크기에 부릅뜬 눈을 한 소조사천왕상 역시 발 아래 악귀들이 밟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어떤 악귀라도 수타사 문턱을 쉽게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홍천 수타사 동종(銅鍾). [사진=윤노리 작가]
홍천 수타사 동종(銅鍾). [사진=윤노리 작가]

소조사천왕상을 지나자 이곳을 대표하는 또 다른 국가 보물인 수타사 동종(銅鍾)이 등장했다. 1670년(현종 11) 만들어진 이 동종은 당시 가장 유명한 장인으로 알려진 비구가 주도해 만들어진 종으로 전해진다. 특히 수타사 동종은 몸통과 고리부분을 한꺼번에 만드는 다른 종들과 달리, 두 부분을 따로따로 붙이는 독특한 방법으로 제작된 것으로 유명하다. 보존상태도 거의 완벽에 가까우며 제작방법도 독특하다 보니 조선 중기 범종 연구에 있어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가진 문화재로도 불린다. 

수타사의 대적광전(大寂光殿). [사진=윤노리 작가]
수타사의 대적광전(大寂光殿). [사진=윤노리 작가]

수타사 경내에 들어서면 본당인 대적광전(大寂光殿)을 마주하게 된다.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된 수타사는 이 대적광전을 시작으로 중건에 들어갔고 이후 차례로 건축물들이 세워졌다. 수타사를 대표하는 법당인 대적광전의 경우 비교적 작은 규모임에도 전체적인 균형이 잘 잡혀져 있어 예술적 가치가 높은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불교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지난 1971년 12월 강원특별자치도는 수타사 대적광전을 유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했고, 2024년 2월에는 국가 보물로 지정되며 그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유형문화재 목조관음보살좌상(木造觀音菩薩坐像)이 배치되어 있는 법당 안 모습. [사진=윤노리 작가]
유형문화재 목조관음보살좌상(木造觀音菩薩坐像)이 배치되어 있는 법당 안 모습. [사진=윤노리 작가]
유형문화재 목조관음보살좌상(木造觀音菩薩坐像). [사진=네이버 블로그 절(터)찾아 떠나는 불교기행]

대적광전 옆 법당에서는 또 다른 유형문화재 목조관음보살좌상(木造觀音菩薩坐像)이 모셔져 있다. 이 불상은 1758년(건륭23) 화승 순경(順瓊), 덕순(德淳)에 의해 제작되었다. 조각수법이 우수하고, 발원문을 통해 조성연대와 작가 등을 명확히 알 수 있으며 다른 복장유물들 또한 동반하고 있어 불교미술사적 가치가 우수하다고 평가 받으며 강원특별자치도 유형문화재 176호로도 지정됐다.

수타사에서는 불자들의 기도 모습도 자주 접할 수 있었는데 엄숙하고 진지한 그 모습 속 그들이 무엇을 기원하든 간절한 저들의 기도가 모두 하늘에 닿기를 잠시 바라 보았다.

문화재들을 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던 하루였는데 경내 관람이 어느 정도 끝난 뒤로는 주변의 아리따운 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홍천 수타사는 아름다운 꽃들이 많기로도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불두화가 가히 최고였다.

수타사 안 활짝 핀 불두화와 작약. [사진=윤노리 작가]
수타사 안 활짝 핀 불두화와 작약. [사진=윤노리 작가]

'수국인 듯 수국 아닌 수국 같은 불두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수국의 느낌과는 확실히 달랐다. 색은 더 짙었고 크기는 더 작았다. 마치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 같이, 작아서 더 그 아름다움이 더욱 알차게 뭉쳐있는 듯한 매력이 있는 꽃이었다. 그 옆에 얼마나 웅크려 있었을지 모르게 활짝 핀 작약 역시 많은 관광객들의 감탄사를 불러 일으킬만하게 예뻤다.

수타사를 빠져나오면 바로 연결되는 공작산수타사생태숲 입구. [사진=윤노리 작가]
수타사를 빠져나오면 바로 연결되는 공작산수타사생태숲 입구. [사진=윤노리 작가]

수타사 둘러보기를 마무리 지으며 옆길로 나가니 잘 조경되어진 '공작산 수타사 생태숲'이 펼쳐졌다. 

생태숲에 마련되어있는 산소길과 아카시아 터널. [사진=윤노리 작가]
수타사 생태숲. [사진=윤노리 작가]
수타사 생태숲. [사진=윤노리 작가]
정이품송 자목과 소나무숲. [사진=윤노리 작가]
정이품송 자목과 소나무숲. [사진=윤노리 작가]
수타사 생태숲 연꽃연못. [사진=윤노리 작가]
수타사 생태숲 연꽃연못. [사진=윤노리 작가]

산소길, 아카시아 터널, 평소에는 잘 접해볼 수 없는 들꽃들과 식물들, 울창한 소나무 숲과 잠시 지친 다리를 쉴 수 있는 흔들의자, 그 옆에 졸졸 흐르는 시냇물까지. 자연을 벗삼아 고요한 시간을 보내기 최적의 장소였다. 산소길 옆에는 연꽃연못에는 연꽃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오디오파일도 준비돼 있었다. QR코드로 접속해 휴대폰에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목소리를 들으며 마치 왕이 산책하듯 온갖 여유를 다 부리며 연못에 놓여진 데크 위를 걸어봤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그날의 공기와 여유가 다시금 상기되며 내 입가에 또 한 번 미소가 흘러나온다. 

공작산을 통해 흐르는 시원한 계곡. [사진=윤노리 작가]
공작산을 통해 흐르는 시원한 계곡. [사진=윤노리 작가]

돌아오는 길에는 힘차게 흐르는 계곡물을 만났다. 보기만해도 시원해지는 그 물줄길에 당장이라도 운동화를 벗어던지고 발을 담구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피어올랐다. 여행의 말미 수타사의 가을 역시 많은 단풍들이 수놓아 지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했는데, 올 가을에는 공작산 정상 정복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계획도 세워봤다.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문화재를 만나고 공덕산의 정기도 나눠 받았던 홍천 수타사 탐방, 모든 계절이 방문 적기라 하니 이 글을 읽은 독자 여러분도 시간이 허락할 때 꼭 한번 이곳을 찾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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