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후보자 6명 확정…6월 28일 대선 투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 네 번째)가 23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고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과 헬기 추락 희생자들의 관을 앞에 두고 이들의 장례 예배를 집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 네 번째)가 23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고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과 헬기 추락 희생자들의 관을 앞에 두고 이들의 장례 예배를 집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이종주 기자]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과 대치 중인 미국 측은 사고 하루 만에 공식적으로 애도 성명을 발표했으나, 이는 관례적인 것일 뿐 라이시 대통령이 인권을 탄압하고 하마스를 지원한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으로 인해 치러지는 보궐선거 후보자는 보수파 5명, 개혁파 1명 등 최종 6명으로 확정된 상황이다.

5월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 이란 당국자는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추락으로 완전히 불에 탔으며, 유감스럽게도 라이시 대통령은 숨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란 국영TV 역시 추락 현장에서 아무런 생명의 신호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타스통신 또한 현장 구조에 나선 이란 적신월사를 인용해 "생명 신호가 없다. 헬기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9일 오후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헬기를 타고 타브리즈로 돌아오던 중 헬기 추락 사고를 당했다. 짙은 안개와 폭우 등 악천후를 만나 동아제르바이잔주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헬기에는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동아제르바이잔주 주지사, 조종사, 부조종사, 승무원장, 경호원, 이맘 등 9명이 타고 있었다.

같은 날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사망이 공식 발표됐다. 이란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은 19일 이란 북동부의 동(東)아제르바이잔 주에서 열린 수력발전 댐 완공식에 참석하고 다른 지역으로 가는 도중에 악천후와 짙은 안개, 기술적 결함 등의 요인으로 탑승한 미제(美製) 벨-212 헬기가 산악 지대에 추락했다. 벨-212 헬기는 기록에 따르면 40~50년 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벨 헬리콥터(현재 벨 텍스트론)사가 캐나다와 함께 개발한 중형 헬기로 1971년부터 판매됐다. 베트남 전쟁 때 미군 수송용으로 쓰였던 UH-1N "트윈 휴이"의 민간용이다. 한편, 이스라엘의 군사 전문 매체인 Detali(detali.co.il)는 "라이시 일행이 탑승한 헬기는 벨-212기의 업그레이드 모델인 벨-214로, 이스라엘 공군에서도 오랫동안 사용한 모델"이라고 보도했다.

美 "애도 성명, 관례적인 것…손에 피 많이 묻힌 사람"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백악관은 애도 성명은 관례적인 것이며, 라이시 대통령이 인권을 탄압하고 하마스를 지원한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방 제재가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드러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성명에서 "미국은 라이시 대통령과 아미르 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및 다른 대표단 구성원들이 이란 북서부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한 것에 공식적인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란이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가운데 우리는 인권과 근본적 자유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투쟁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 한다"고도 했다.

이란과 적대적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미국은 공식적인 애도 표명에 나섰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아닌 매슈 밀러 대변인 명의로 성명이 발표됐다.

이란과 외교관계를 맺어온 러시아, 중국, 튀르키예 등은 국가 수반이 직접 애도를 표명한 것과 대조적이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이날 화상브리핑에서 "조의를 표한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라이시 대통령이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는 등 인권탄압과 역내 테러 세력을 지원한 것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며 "그는 손에 많은 피를 묻힌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보궐선거 후보자 6명 확정…6월 28일 대선 투표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 후보자는 최종 6명으로 확정됐다. 보수파 5명, 개혁파 1명이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모스타파 푸르모함마디 전 법무장관, 마수드 페제쉬키안 전 보건장관, 아미르호세인 가지자데-하셰미 부통령 겸 순교자보호재단 이사장, 알리레자 자카니 테헤란 시장, 사이드 잘릴리 전 핵 협상가 등이 후보 자격을 얻었다.

유력 대선 후보로는 갈리바프 의장이 거론되고 있다. 그는 군 조종사 출신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 사령관을 거쳐 1999년 경찰청장 자리에 올랐다. 경찰청장으로 임명된 1999년 당시 학생 시위대에 실탄 발사를 명령하는 등 강경 성향을 보여왔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측근 중 하나인 사이드 잘릴리도 유력 후보로 평가된다. 잘릴리는 2007년과 2013년 이란 핵협상 대표이자 외무차관을 역임한 외교통이다. 이번은 2013년, 2021년에 이어 잘릴리의 세 번째 대권 도전이다. 2021년에서는 100만표도 채 안되는 표를 얻어 득표율 최하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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