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기대 이하 부진에, 시즌 중 감독 교체 모험수 단행
감독 커리어 화려,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유종의 미 거두나

김경문 한화이글스 감독. 사진=뉴시스
김경문 한화이글스 감독.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이승주 기자]지난 6월 2일, 김경문 감독이 한화이글스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최원호 전 감독의 지도하에 시즌 초반 1위에 오르는 등 돌풍을 일으켰지만, 한때 10위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최 전 감독이 성적 부진 등의 이유로 경질된 이후, 김 감독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베테랑 감독으로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그가 한화에서 이전과는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며 본인의 감독 커리어에 새 장을 써 내려갈 예정이다.

전력 수혈, 선두 질주로 기대 모았던 시즌 초반의 한화

6월 13일 경기 전 기준, 한화는 29승 2무 34패를 기록하며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시즌 초반의 기대와는 사뭇 상반된 위치의 순위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류현진의 복귀를 비롯해 SSG 랜더스 출신의 베테랑 김강민을 영입했다. 지난 시즌 '홈런왕' 노시환을 비롯해 '신인왕' 문동주의 활약도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외인들에 대한 기대도 컸다. 기존 외인 선발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에 새 외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가 합류했다. 페냐는 2022시즌 대체 외인으로 합류해 13경기에 나서 5승 4패, 3.7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이듬해에는 풀타임을 뛰며 11승 11패, 3.60의 평균자책점을 남기며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산체스는 지난 시즌 팀에 합류해 24경기에 나서 7승 8패,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했다. 승운이 많이 따르지는 못했지만,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합류한 새 외인 타자 페라자는 2022시즌과 2023시즌 각각 더블A와 트리플A에서 활약하며 2년 연속 20홈런 이상 때려냈다. 흔히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장타력을 앞선 두 시즌에 증명해 기대를 모았다.

지난 시즌 준수한 활약을 펼친 두 선발 외인을 포함해 류현진-페냐-문동주-산체스-김민우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은 여느 팀 부럽지 않은 선발진으로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이번 시즌을 앞두고 1차 지명으로 입단한 '6선발' 후보 신인 황준서에도 시선이 집중됐다.

신구 멤버들이 조화를 이룬 가운데, 한화는 시즌 개막 후 7연승을 달리며 7승 1패로 단독 1위 자리에 올랐다. 해당 기간 페냐가 2승을 책임졌고, 김민우와 산체스, 문동주, 황준서가 모두 5이닝 이상씩 책임지며 선발승을 기록했다.

페라자 역시 8경기 만에 4홈런을 때리는 장타력을 과시했고, 그동안 타율은 .517을 기록했다.

팀의 상승세가 이어지자, 팬들도 홈구장을 가득 메우며 화답했다. 특히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개막 이후 17경기 연속 매진 행렬을 펼치며, 구단 역사상 해당 부문 신기록을 세웠다.

연이은 악재 속 개막 두 달 만의 순위 수직 하락

그러나 개막 이후 두 달이 지난 5월 23일, LG트윈스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후 한화는 10위로 내려앉았다. 핵심 선수들의 이탈과 부진이 겹친 것이 컸다. 선발진의 한 자리를 책임지던 김민우가 팔꿈치 수술로 이탈했고, 외인 투수 두 명도 나란히 부상에 시달렸다. 문동주는 시즌 개막 후 4월까지 6경기에 나서며 평균자책점 8.78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3년 차 에이스 페냐는 부상과 부진을 거듭한 끝에 지난 5월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그 자리를 ML 10승 투수 출신 제이미 바리아가 채우게 됐다.

최원호의 후임으로 발탁된 베테랑 김경문

결국, 시즌 개막 후 약 두 달 만에 한화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최 전 감독과 결별했고, 그 자리에 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이했다. 한화는 김 감독에 대해 "풍부한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팀을 성장시킬 적임자"로 평가했다.

10년간의 현역 생활을 거친 김 감독은 1994년, 만 36세의 나이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삼성 라이온즈의 코치에 부임하며 지도자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3년간 삼성의 코치로 활동한 그는, 친정팀 두산 베어스로 돌아와 코치 그리고 감독을 경험했다. 두산의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2005년과 2007년 그리고 2008년, 3차례 팀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키는 등의 업적을 남겼다.

그뿐만 아니라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의 감독으로 발탁돼 9전 전승으로 금메달 획득이라는 업적을 쌓았다.

두산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 2011년 8월, 김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9번째 구단 NC다이노스의 초대 감독직에 올라 7년간 팀을 이끌었다. NC의 1군 입성 2년 차인 2014년에는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을 뿐만 아니라, 4년 차인 2016년에는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신생팀을 성장시키며 강팀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2019년, 그는 국가대표팀의 제2대 전임 감독을 맡았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신화를 재현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하는 등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새로운 야구 예고한 김경문

한화 감독 부임 후 김 감독은 6월 12일 경기까지 5승 1무 2패를 기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는 한화 이적 후 2루수 경험이 없는 안치홍을 2루수로 기용하는 등 데뷔전부터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두산을 지휘하던 시절, 공격 야구의 대명사로 불렸다. 득점 찬스에서 번트 대신 선수를 믿고 강공을 지시하는 스타일로 유명했다.

특히 오랫동안 본인만의 철학을 고수해 온 김 감독은 한화 부임과 함께 번트 작전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특히 지난 6월 12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잘 드러났다.

해당 경기에서 김 감독은 스퀴즈 번트 작전으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3:3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9회 초, 선두타자 이재원이 우익수 앞 안타를 치고 출루하자, 후속 타자 이도윤이 희생번트로 대주자 하주석을 득점권에 보냈다. 뒤이어 장진혁이 2루수 앞 내야안타로 출루하며 1사 1, 3루의 기회를 맞이한 가운데, 문현빈이 스퀴즈 번트로 3루 주자 하주석을 불러들였다.

지난 11일 경기에서 감독 통산 900승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이날 경기에서도 연이은 번트 작전으로 친정팀 두산을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챙겼다.

특히 한화 감독 부임 전까지 두산에서 512승, NC에서 384승을 기록하고 있던 그는 한화에서 4승을 보태며 '친정팀' 두산과의 3연전 중에 감독 통산 900승 고지에 올랐다.

우리나라 감독 중 6명만이 가진 대기록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발야구를 예고하는 등 한화에 새로운 색깔을 입힐 것을 예고했다. 시즌 초 4월 말까지 한화는 팀 도루 순위 꼴찌에 자리 잡고 있었고, 현재는 9위에 올라와 있다.

한화가 새로운 감독과 함께 비상을 꿈꾸는 가운데, 6월 13일 경기 전 기준 가을야구 진출 마지노선인 5위와 3게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 시리즈의 결과에 따라 쫓아갈 수도 있는 차이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있는 만큼, 김 감독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한화의 가을야구 진출도 마냥 꿈같은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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