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학교 일본학과 강철구 교수.
배재대학교 일본학과 강철구 교수.

최근 슈퍼엔저가 지속되면서 일본에 관광객이 몰리자 외국인들에게 '관광세'를 물리겠다는 뉴스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23년 약 2600여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을 방문했고, 그 중에서 한국인이 695만 명, 약 27.8%를 차지했다.

한국인들이 일본의 지방 곳곳에까지 여행을 가면서 일본의 지방경제 회복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와중에 관광세 도입은 한국인 입장에서 조금 당황스러운 소식이다. 

일본의 2023년 방일 관광객의 여행 소비액은 5조 2923억 엔을 돌파했는데, 이는 일본정부가 목표로 했던 5조 엔을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할 정도여서 도일 관광객은 분명히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관광세를 도입하겠다는 이유는 뭘까?

그건 일본 내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인한 부작용) 문제가 일본인들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히로시마(広島)의 한 오코노미야키 음식점은 금요일만큼은 히로시마현의 주민만 받겠다면서 '금요일 관광객 입장 제한'을 내걸었다. 지역의 단골손님들이 오코노미야키를 먹고 싶어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리 잡고 있어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이런 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본 JR그룹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JR철도 7일권 패스 가격을 2만 9650엔에서 5만 엔으로 69% 인상했고, 후지산 등반객들은 오는 7월 1일부터 1인당 입장료로 2000엔을 내야 한다.

오사카(大阪)는 2017년 1월부터 1박 기준 7000엔 이상 지불하는 국내외 모든 숙박객들에게 100~300엔의 숙박세를 부과해 왔지만, 이와는 별도로 내년 오사카만국박람회 시점에 맞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관광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오버투어리즘의 화룡점정은 '후지산 인증샷 성지'로 알려진 야마나시현(山梨県)의 한 편의점에서 후지산이 보이지 않도록 높이 2.5m, 너비 20m의 차단막을 설치한 사례다. 관광객들이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무단으로 투기하고, 노상방뇨를 저지르는가 하며 주차장이 아닌 곳에 차량을 장시간 주차하는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자 취한 극단적인 조치다.

한국 같으면 오히려 후지산 모양의 건빵이나 호빵을 만들어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장사할 생각을 할 텐데, 일본은 왜 이렇게 유난을 떠는 거지? 라고 의아해 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지금의 일본은 '오고 싶거든 돈을 더 내라, 그게 아까우면 오지 마라' 라는 식의 배짱을 부린다고 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외부에서 볼 때 일본의 전통적인 손님 접대를 의미하는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는 사라지고 이제는 갑을관계가 바뀌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손님이 왕이고 외국인들에게는 불편할 만큼 친절했던 일본인들이 이제는 오히려 매너 없는 관광객들을 받기 싫다며 초밥에 겨자를 잔뜩 집어넣거나 특정 국가 관광객을 받지 않겠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그렇다면 해외 여행객들은 일본에서 어떤 식으로 여행을 하는 게 좋을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일본에 가면 일본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현지인들이 눈살을 찌푸리지 않도록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기만 해도 여행객들은 기분 좋게 웃으며 추억을 만들면서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행객들이 매너를 지키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의 이러한 배짱이 지속된다면 결국 일본의 매력을 느꼈던 외국 관광객들은 하나 둘씩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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