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장들과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06.19. 사진=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장들과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06.19.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서령 기자]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과 만나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경영진의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하고, 단기성과를 중요시하는 성과보상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국내은행 20곳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은행권의 새로운 성장동력 및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은행권의 애로·건의사항에 대해 설명하는 등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복현 원장은 "불완전판매 및 금융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임직원 의식과 행태 변화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조직문화 정립에 경영진이 앞장서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몇 년간 은행권에서 DLF, 라임 사모펀드, 홍콩 H지수 ELS 등의 불완전판매가 잇달아 발생했고 최근까지도 서류 위조 등으로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는 등 임직원의 도덕불감증,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이는 은행산업의 평판과 신뢰 저하뿐 아니라 영업·운영위험 손실 증가 등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을 끼쳐 은행의 존립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지난 몇 년간 대규모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법규에 따라 책임있는 관련 임직원을 엄중 조치하는 한편 내부통제 혁신방안 및 지배구조 모범관행 마련, 책무구조도 도입 등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그러나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로 이어지는 임직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의 근본적 변화 없이 제도 개선이나 사후 제재 강화만으로는 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준법·윤리의식이 조직 내 모든 임직원들의 영업행위·내부통제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조직문화'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최고경영자(CEO)는 임직원 누구라도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 개연성을 감지할 경우 이를 스스럼없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며 "영업목표 달성을 위해 단기실적만 좋으면 내부통제나 리스크관리는 소홀히 하더라도 우대받는 성과보상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ELS 사태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은행의 단기 실적위주 문화가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아무쪼록 이번 사태가 은행이 영업실적 보다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성과보상체계를 정립하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진행 중인 피해고객에 대한 자율배상도 장기적인 신뢰 회복의 관점에서 원활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6.19. 사진=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6.19. 사진=뉴시스

이 원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가계부채에 대한 은행권의 역할도 당부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PF시장의 연착륙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긴요한 선결과제"라며 "금융당국도 사업성 평가기준 정비 등을 통해 원활한 구조조정을 도모하고 있지만 잠재부실 사업장에 묶여있는 자금이 선순환돼 부동산 PF 시장이 조기에 정상화될 수 있도록 은행·보험권이 신디케이트론에 적극 참여해 빠른 시일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가계부채는 지난 2년간 통화긴축 기조,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노력 등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됐지만 향후 금리·주택시장 등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빨라질 수 있으므로 다시 한번 긴장감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며 "가계대출이 명목 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의 차질없는 시행 등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날 간담회에서는 은행산업의 미래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최근 저출산·고령화, 지역 소외 등으로 은행의 고객기반이 변화하고 있으며 빅테크의 금융진출, AI기술 활용 확대 등으로 전통적인 은행영업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며 "금융서비스의 편의성 향상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는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변화와 혁신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며 더 나아가 은행의 장기 생존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작년부터 은행권과 협업해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을 추진하며 은행산업의 경쟁촉진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해 왔다"며 "앞으로도 은행의 부수·겸영업무 범위 확대, 자산관리서비스 역량 제고 등을 위한 감독·규제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은행의 부수·겸영업무 범위 확대, 자산관리서비스 역량 제고 등을 위한 감독·규제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겠다"며 "은행도 적극적인 신 성장동력 발굴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그 성과가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 강화, 국민 자산형성 기여 및 지역사회와 상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06.19. 사진=뉴시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06.19. 사진=뉴시스

한편 이 원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상당 부분 파악했다"며 "책무구조도 등 개정 지배구조법 시행 전이지만 필요시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엄정하게 본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우리은행 경남 지역의 한 지점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 등을 위조해 100억원가량의 대출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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