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초연 이후 5번째...10주년 기념 공연 개막
유준상, 1인 2역 매력...박은태, 카리스마 관중 압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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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김지원 기자]생명을 창조함으로써 신이 되고자 했던 '프랑켄슈타인'과 그가 만들어낸 피조물의 복수를 그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10주년을 맞이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메리 셸리작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2014년 초연 이후 5번의 공연을 거치면서 올해는 더 탄탄하고 숙련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나폴레옹이 전쟁을 하던 19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스위스 제네바 출신인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전쟁터에서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해 연구하던 중 신체접합수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전쟁이 끝났음에도 생명 창조 실험을 이어가던 빅터와 앙리는 예상치 못한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이 사건으로 앙리가 목숨을 잃자 빅터는 앙리의 신체를 이용해 연구를 계속해 나간다.

이후 앙리를 되살리는데 성공하지만 앙리는 더 이상 그의 친구가 아닌 괴물로 탄생하게 된다. 빅터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 괴물을 없애려고 하지만 괴물은 그의 주변인들을 죽이며 피의 복수를 다짐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프랑켄슈타인과 창조주(빅터)에게 버림받은 괴물의 대립은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선사한다.

프랑켄슈타인의 절절한 눈빛과 폭발적인 앙리의 분노를 보고 있으면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할 틈이 없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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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것은 배우의 역량이다. 필자가 봤던 회차에는 빅터 역에 유준상 배우, 앙리 역에 박은태 배우가 출연했다. 두 배우는 다채로운 연기로 관객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먼저, 유준상 배우는 1인 2역으로 반전매력을 선보였다. 유 배우는 생명 창조에 미쳐버린 과학자를 연기하다 매혹적이고 끼가 넘치는 격투장의 주인이 돼 개성을 뽐낸다. 실제로 필자는 빅터와 격투장 주인이 각각 다른 배우인 줄 알고 있다가 두 배역 모두 유 배우인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이처럼 유준상 배우는 넓은 연기스펙트럼으로 다른 성격의 배역도 쉽게 소화해낸다.

앙리 역이자 괴물 역을 맡은 박은태 배우는 팔을 꺾거나 입을 크게 벌리는 등 기괴한 행동을 서슴없이 보여주며 진짜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줘 소름 돋게 했다. 특히 박 배우의 섬세한 표정과 카리스마는 관중들을 압도했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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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특수효과도 몰입감을 끌어내는 데 한몫했다. 뮤지컬 무대에서 크고 화려한 무대 세트들은 많이 봐왔지만, 스파크가 튀고 불꽃이 터지는 무대는 거의 없어 신선함을 느끼게 했다. 배우들의 탄탄한 성량과 앙상블 배우들의 퍼포먼스, 화려한 무대 세트가 조화를 이루니 대작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다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다. 스토리 전개에 불필요한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2막 후반쯤 숲속에서 길을 잃고 울고 있는 아이가 등장한다. 아이는 괴물을 만나게 되고 그 둘은 호숫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괴물은 아이에게 자신이 빅터에게 받은 상처에 대해 말하다가 아이를 갑자기 물속으로 밀어버린다. 이후 극이 끝나자 관객들은 객석을 나오며 괴물이 왜 아이를 죽였는지에 대해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이 장면에 대해 많은 해석이 존재한다. 아이가 어린 빅터처럼 될까 봐 죽였다는 의견과 해당 장면이 괴물의 상상이라는 의견, 또는 어린 앙리의 인격을 상징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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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보다 관객이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이미 이 장면이 불필요했다는 게 드러난다. 보물을 숨겼는데 아무도 보물을 못 찾으면 그 보물은 쓸모없는 것이 된다. 이처럼 극에 있어서 숨겨진 의도를 찾고 관객에게 교훈을 주는 것은 필요한 일이나 관객이 의도를 영영 못 찾는다면 실패한 보물찾기와 다름없다.

그런데도 프랑켄슈타인이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의 삶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빅터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을 바꾸고자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되살리기 위해 평생을 연구에 매달렸고 그 결과 신만이 할 수 있는 생명 창조를 하게 됐다.

인류도 마찬가지로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온갖 실험을 진행 중이다. 수명 연장, 인간 복제, 유전자 조작 등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밖에 없는 실험들이 자행되고 있다. 그 실험들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인간은 욕심으로 인해 한 단계 발전하지만 또 욕심으로 인해 해를 입기도 한다. 마치 빅터가 생명을 탄생시켰지만 그 생명으로 인해 주변인들을 잃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모든 행동에는 대가가 따른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우리에게 이 메시지를 강력히 전달하고 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오는 8월 25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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