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승주 기자]올해 상반기 국내 IPO(기업공개) 시장은 지난 몇 년간의 긴 침체를 끝내며 오래간만에 활성화됐다.

연초부터 6월 말까지 총 59개 종목이 IPO를 신청한 것으로, 반기 기준 역대 5번째 규모에 해당한다. 스펙·리츠·코넥스 등을 제외하면 29개 기업이 새로 코스닥/코스피 시장에 입성했다.

상장주에 대한 시장 관심도 뜨거웠다. 29개 종목의 상장 당일 종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91.4% 상승 마감했다. 코로나 이후 간만에 찾아온 상장주 열풍에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도 크게 늘었다.

주의할 점은 상장주 흥행 열풍이 오래가진 못했다는 점이다. 90% 넘겼던 이들 29개 종목의 주가 상승률은 1주일 후 평균 60.9%로 내려갔고, 한 달 뒤엔 35.5%까지 하락했다. 그리고 현재 29개 종목 중 17개 종목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절반이 넘는 상장주가 공모가를 하회하게 된 원인으로는 기관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기관 투자자들이 이 같은 행태를 보이는 이유로는 너무도 낮은 의무보유확약률이 거론되고 있다. 

수요예측 당시 희망범위(밴드) 상단 이상 가격으로 공모에 참여했던 기관투자자들이 상장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청약받은 물량을 시장에 매다 팔며 단기 차익을 챙겼고, 이를 방지할 의무보유확약 체결이 너무 적었다는 지적이다.

의무보유확약은 수요예측 당시 공모주를 매수하는 기관들이 주식 매수 이후 일정 기간 해당 기업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이를 통해 기관 투자자에게는 더 많은 물량이 배정된다.

해당 제도는 자율규약이라  지켜지지 않는다 해도 법적 제재는 없으나, 위반 시 해당 기관은 이후 일정 기간 공모주 청약에서 배제되게 된다.

통상 시장에선 의무보유확약률이 30% 수준일 경우 상장 직후 가격 급락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올 상반기 상장사들의 평균 의무보유확약률은 8.53%에 그쳤다. 각각 12.58%, 13.22%를 기록했던 2022년 상반기와 2023년 상반기에 비해서도 확연히 낮은 수치다. 

의무보유확약률이 낮아진 이유로는 요 몇 년 좋지 못했던 IPO 시장 분위기가 우선 거론된다. 국내 주식 시장 자체가 코로나 이후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IPO에 대한 관심 또한 저조하다 보니,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투자자 유치를 위해 의무보유확약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진짜 문제는 IPO 시장의 급등 후 급락 패턴에 따른 투자 피해가 개인 투자자들에게만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공모주 청약 또는 투자에 나서는 개인 투자자 상당수는 해당 종목의 공모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보고 해당 기업의 미래 가치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의무보유확약을 체결하지 않은 기관 투자자들이 단기 차익을 노리고 수요예측에서 고의로 높은 공모가를 택한다는 건 개인 투자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로도 비칠 수 있다. 

올 하반기에도 IPO 시장은 뜨거울 것으로 예측된다. 시가총액 기준 조 단위 기업들의 상장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IPO 시장 열기는 다시금 식어 버릴 수 있다. 

아무리 예측 불가능한 게 주식시장이라고 해도 큰손들에 의해 짜인 틀 안에서 개인 투자자만 손해를 보는 게임이 진행돼선 안될 것이다.

현재와 같은 흐름을 끊고 시장 전체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 하루속히 마련되길 바라보며, 상장주 투자에 나서는 개인 투자자들 또한 해당 종목의 의무보유확약률을 한 번 더 살펴보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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