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탁 운동처방사

어떤 명칭이 혀끝에서는 맴도는데 말로 표현이 어려울 때가 있다. 나이가 들어가며 나오는 가벼운 오류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사실 이는 우리의 뇌(brain) 속 검색 엔진의 전전두엽피질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계속 방치하면 치매로 발전할 수도 있을만한 증상이기도 하다.

치매는 퇴행성 뇌질환 또는 뇌혈관계 질환으로 인해 기억력, 언어능력, 지남력(orientation), 판단력 및 수행능력 등의 기능이 저하됨으로써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후천적 다발성 장애로 정의한다. 과거 치매라고 하면 노인들에게서나 발견되는 병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노인성 치매보다 뇌세포 손상이 빨라 더 위험한 결과가 나오는 40~50대의 '초로기 치매' 또는 10~30대 나타나는 '디지털 치매(디지털 기기에 의존해 뇌의 사용이 줄어 점점 퇴화하는 질병)' 등이 발견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치매를 더이상 노인의 질병으로 판단할 수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년간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지속적인 우울감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근육긴장, 과다 또는 얕은호흡, 심한 가슴통증, 극한 두려움, 강박관념, 사회적 유연성 결핍, 고립감, 빠른 심박동과 혈압 상승, 만성 스트레스 이러한 단어들은 현대사회의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들에 모두에 관여하는 것이 바로 뇌(brain) 이다.

뇌는 무게가 신체의 3%정도 밖에 해당되지 않지만 전체 혈당(glucose)의 무려 20%를 소비하는 인체 내 두 번째로 기초대사량이 높은 장기이다. 하지만 뇌에는 혈당을 저장할 장소가 없기 때문에 뇌가 끊임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의 자극이 필요하다.

유익한 스트레스가 되는 운동은 신경세포의 기초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며, 뇌세포의 스트레스 한계점을 높여여주고 뇌세포의 복구 기능도 활성화한다. 인슐린 수용체가 증가되고 인슐린의 민감도를 상승하는 등 세포가 당을 이용하는 효율성이 높아져 에너지를 원활하게 이용하는 인체대사(metabolism)의 시스템을 향상시킴으로써 뇌의 운동을 더욱 활발하게 만든다. 혈관의 숫자와 크기가 증가되고,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각종 성장인자인 *뇌유래 신경성장인자(BDNF), *인슐린 유사성장인자(IGF-1), *혈관 내피세포 성장인자(VEGF)의 분비 역시 촉진된다. 뿐만 아니라 운동은 뇌세포 간의 연결을 강화하고, 해마(hippocampus)에서 생성된 새로운 줄기세포들이 분열할수 있게 하며 자극을 받을수록 성장하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 향상되어 학습능력, 기억력, 최고 인지기능, 감정조절 능력 등이 개선된다.

*뇌유래 신경성장인자(BDNF)는 뇌의 증식, 분화 및 생존, 신경조직 형성, 시냅스 가소성에 영향을 미쳐 뇌신경가소성 및 인지기능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인슐린 유사성장인자(IGF-1)은 뇌혈관 장벽을 투과하여 신경세포의 성장, 신경 가소성, 뇌신경 조직 형성 및 인지기능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혈관 내피세포 성장인자(VEGF)는 IGF-1과 함께 신경 및 혈관조직을 형성을 촉진시켜 기억 및 인지기능 개선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약은 즉각적인 증상 완화와 안정감을 제공하지만, 운동은 우리 몸의 자체 능력을 이용하여 인지 및 감정 관련 기능들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부작용 없는 매우 안전한 활동이다. 최근 과학적 연구들로 드러난 고강도 인터벌 운동(HIIT)은 중강도 유산소운동보다 BDNF, IGF-1, VEGF 발현 및 이용성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단 일회성 운동만으로도 인지기능 향상에 유익한 결과들이 계속하여 드러나고 있다.

우리의 DNA에 들어 있는 활동리듬에는 걷기나 천천히, 중간 속도 혹은 빠른 속도로 달리기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사냥감을 쫓았던 우리 선조들은 사냥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인내심과 낙천성, 집중력과 의욕 등이 필요하였고 활동과 운동을 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인것이다. 인체는 움직이도록 설계되었고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음식을 찾거나 맹수의 위협을 벗어나기 위한 자연스런 학습과 기억들이 운동 기능과 함께 진화해왔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동물이 아니라 한 곳에 뿌리는 내리는 식물이 되는 것과 같다. 마음기제의 총사렵탑인 인간의 뇌는 지구상 그 어떤 생명체보다 '훈련하면 성장한다'라는 뇌가소성(brain-plasticity)의 원리가 가장 잘 적용되는 장기인 것이다. 이를 적절히 이용한다면 운동은 뇌와 관련한 장애 및 질환을 개선하고 그 기능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효용성있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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