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니시드 홈페이지 화면 캡쳐
사진=유니시드 홈페이지 화면 캡쳐

지난 7월 6일 유니시드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에 초대를 받았다. 유니시드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나눔과 문화를 통해 소통하며, 하나가 된 한반도의 미래를 준비하는 비영리단체이다. 한반도 평화 통일의 씨를 뿌리고 정성껏 가꾸고자 힘쓰는 귀한 청년들에게 힘껏 축하의 박수를 쳐주고 싶어서 나는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

나는 엄에스더 대표를 나섬공동체 담쟁이 스쿨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나섬공동체에서 담쟁이 스쿨을 열고 탈북 청년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모색하는 자리였다. 탈북 청년들이 남한 사회에서 살아가기에 어려운 일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일자리, 창업, 경제교육 등 많은 도움이 필요할 터이니, 이를 위한 목적으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도 함께했다. 목숨을 걸고 탈북을 감행할 만큼 의지가 강한 청년들이지만, 남한의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려면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탈북 청년들이 절실하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이었다.

오히려 탈북 청년들은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사람들의 태도에 거부감을 느끼는 듯했다. 탈북자 혹은 탈북민이라는 표현부터 싫어하는 것이었다. 한 참석자는 탈북민 모임에 참석했더니, 돈을 나누어 주고 사진을 찍고서 헤어지더라면서 그런 모임에는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한 친구는 남과 북이 오랜 분단으로 언어가 많이 달라졌으니 한국어를 가르쳐 주겠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면서, "우리가 외국인입니까?"라고 하며 분개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엄에스더 님이 어떤 맥락에선지 갑자기 울면서 "제가 언제 도와달라고 했습니까?" 항변하는 바람에 모두가 당황하는 분위기였다. 탈북 청년들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과의 대화 중에 엄 대표가 왜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지 나는 그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엄에스더 대표는 탈북 후 중국을 거쳐 20대 초반에 이 땅에 왔다. 처음 도착한 15년 전부터 그는 도움을 받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혼자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북향민 몇 명과 유니시드를 창립하여 소외계층 주민 돕기 '오손도손 도시락 나눔' 봉사, 북향민과 남향민 차이를 좁히는 대화 모임, 북향민 학생들이 피스메이커로 성장하도록 돕는 장학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올해 10년이 된 것이다. 엄 대표는 우리 사회의 탈북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남향민과 북향민 사이 마음의 벽을 허무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유니시드에서는 탈북민 대신 북향민과 남향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북이 고향인 사람을 북향민, 남이 고향인 사람을 남향민이라고 부르면, 서로 동등한 사이가 되니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니시드는 이제 북향민뿐만 아니라 남향민도 함께 참여하는 모임이 되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연습은 북향민만이 아니라, 남북 출신이 같이 만나서 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어요. 만나지 못해서 편견이 있고 마음의 벽이 있는데, 그건 서로 만날 때 해소가 되더라고요."

"나는 북에서 태어나서 왜 대한민국에서 탈북민으로 살아가야 하나?" 엄 대표는 이 질문에 대하여 '하나가 된 한반도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답을 찾았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남과 북 출신의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과 북에서 살아본 사람으로서 다리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북향민 친구들에게는 언젠가는 그들도 누구를 도울 수 있는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어요. 남향민 친구들에게는 만남을 통해서 북향민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게 하고 싶어요. 우리가 배가 고파서 온 사람들이 아니라 꿈을 찾아서 온 사람들, 자유를 찾아서 온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하고 싶어요." 유니시드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는 평양이나 함흥에서 개최하고 싶다는 행사 진행 사회자의 마지막 인사말이 가슴에 깊이 남는다.

/ 유원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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