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혹스베이(Hawke's Bay) 위치 [사진=구글지도캡쳐]

 

[월요신문=윤노리 작가]뉴질랜드 캠핑 일주 두 번째 방문지였던 기즈번(Gisborne)에서의 가오리와 강렬했던 만남을 가슴에 담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다음으로 우리 가족이 찾은 곳은 뉴질랜드 북섬 남동쪽에 자리한 혹스베이(Hawke's Bay)다.

 

 

 

 

혹스베이 와인농장 [사진=네이버 블로그 NZ와인 이해하기 캡쳐]
혹스베이 와인농장 [사진=네이버 블로그 NZ와인 이해하기 캡쳐]

혹스베이는 뉴질랜드 와인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 봤을 지명일 것이다. 풍부한 일조량과 적당한 강우량에 더해 해안을 따라 솟아있는 산맥들이 바람을 막아주는 혹스베이는 포도나무를 키우기에 최적인 장소로 세계적으로 이름난 와이너리들이 밀집해 있기도 하다. 특히 이곳에선 화이트와인을 주로 생산하는데, 평소 화이트와인을 즐겨온 나로선 이곳에서 마주한 와인농장들의 명패가 10대 소녀가 아이돌 스타를 마주한 것처럼 큰 설렘으로 다가왔다.

혹스베이는 우리로 치면 도(道) 정도의 행정구역으로 와인산업과 함께 낙농업이 함께 발달한 지역이다. 혹스베이를 대표하는 도시는 쌍둥이 도시라도 불리는 네이피어(Napier)와 헤이스팅스(Hastings)이다. 두 도시는 약 2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차후 동선을 고려해 두 도시 중 좀 더 남쪽에 자리한 헤이스팅스에 베이스캠프를 세웠다. 그리고 혹스베이에서 첫 번째 방문지로는 뉴질랜드의 유일한 국립수족관인 네이피어 국립 수족관(Napier National Aquarium of New Zealand)을 택했다.

뉴질랜드 네이피어 국립 수족관 건물 [사진=윤노리 작가]
뉴질랜드 네이피어 국립 수족관 건물 [사진=윤노리 작가]

수족관에 들어서니 운 좋게도 네이피어 수족관 관람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펭귄 먹이 주기(feeding time)가 막 시작하고 있었다. 사육사들이 먹이를 주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한국과 달리 이곳 수족관에서는 미리 신청한 팀 대상으로 먹이 주기 체험이 가능했다. '미리 알았다면 신청을 하고 왔을텐데...'하는 아쉬움 속 아이들과 언제일지 모를 다음을 기약했다.

뉴질랜드 네이피어 국립수족관의 하이라이트 - 펭귄 먹이주기 시간이다. [사진=윤노리 작가]
뉴질랜드 네이피어 국립수족관의 하이라이트 - 펭귄 먹이주기 시간이다. [사진=윤노리 작가]

이날은 엄마와 함께 참여한 두 소년이 펭귄 먹이 주기에 도전했는데 둘 중 동생으로 보이는 소년이 먹이를 들자마자 펭귄들이 서로 먹이를 먹겠다고 달려들었고 그 모습에 겁을 먹은 소년은 먹이를 냅다 던져 버렸다. 뒤뚱거리는 펭귄들 못지않게 귀여웠던 소년의 모습에 우리 가족은 물론 그 곳에 모인 많은 관중들이 큰 웃음을 지었고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펭귄 먹이 주기는 마무리됐다.

수족관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바다거북 [사진=윤노리 작가]
수족관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바다거북 [사진=윤노리 작가]
방문객들이 메인수조를 관람하고있다. [사진=윤노리 작가]
방문객들이 메인수조를 관람하고있다. [사진=윤노리 작가]

그 외 수족관의 다른 섹션들은 대체로 평이했다. 일반 수족관 대비 조금 더 크고 쾌적하게 관리되고 있었으며 바다거북과 대왕오징어 등도 만날 수 있었지만, 그동안 다닌 아쿠아리움과 비교해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특히 상어의 경우 모형만 전시돼 있어, 상어 마니아인 아들 녀석이 꽤 실망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바다생물관을 지나니 이곳 수족관만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수족관임에도 공룡전시는 물론 화산과 지진, 지층과 모래 등에 대한 다채로운 전시물을 만나 볼 수 있었다.

해양생물 뿐만 아니라 공룡에 대해서도 전시되어 있었다. [사진=윤노리 작가]
해양생물 뿐만 아니라 공룡에 대해서도 전시되어 있었다. [사진=윤노리 작가]
뉴질랜드가 속한 불의고리에 대한 전시도 진행중이다. [사진=윤노리 작가]
뉴질랜드가 속한 불의고리에 대한 전시도 진행중이다. [사진=윤노리 작가]

 

숨겨진 뉴지랜드 땅에 대한 전시보드 [사진=윤노리 작가] 
숨겨진 뉴지랜드 땅에 대한 전시보드 [사진=윤노리 작가] 

이 중 지질 전시물을 살펴보다 아주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현재 뉴질랜드 대륙의 대부분은 물에 잠긴 상태로, 뉴질랜드 대륙의 약 95% 이상이 물 밑에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지인에게 들었던 '뉴질랜드의 숨겨진 땅들이 서서히 수면으로 올라와 먼 미래에는 뉴질랜드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네이피어 수족관 다음으로 찾은 곳은 혹스베이를 넘어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일출 명소로 알려진 테마타픽(Te Mata Peak)이었다. 테마타는 '거인'이라는 뜻을 가진 마오리어로, 한 부족의 대표였던 거인이 적대적 부족의 추장 딸을 사랑하다가 상대 부족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엎드려 죽은 모습 그대로 산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테마타픽(Te Mata Pick) 전경 [사진=윤노리 작가]
테마타픽(Te Mata Pick) 전경 [사진=윤노리 작가]
테마타 픽에서 내려다본 마을 전경 [사진=윤노리 작가]
테마타 픽에서 내려다본 마을 전경 [사진=윤노리 작가]

또한 이곳은 초록빛이 가득한 일반적 뉴질랜드 산들과 달리 다소 삭막해 보이는 황토색 풀들 속 산맥 사이사이 보이는 사과밭과 와이너리의 초록색이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오른쪽 너머로 보이는 바다, 왼쪽 너머 사과와 포도밭들이 굴곡지게 펼쳐져 있는 대자연을 바라보며 '인간이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다시 한번 깨닫기도 했다.

테마타픽은 산맥을 따라 꼬불꼬불 나진 산길들은 산악자전거나 트래킹 등을 즐기는 활동적인 사람들이 자주 찾는 장소기도 하다. 나 또한 광활한 대자연을 하염없이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아직은 높고 험준한 이곳이 무섭다고 말하는 두 아이의 눈동자를 바라보니 괜한 욕심은 부릴 수 없었다.

네이피어에서 헤이스팅스 가는길에는 많은 사과나무 밭을 만날수 있었다. [사진=윤노리 작가]
네이피어에서 헤이스팅스 가는길에는 많은 사과나무 밭을 만날수 있었다. [사진=윤노리 작가]

그렇게 산에서 내려와 예약해둔 헤이스팅스 홀리데이파크에 도착해 텐트를 치니 이윽고 해가 완전히 산 너머로 떨어졌다. 서둘러 식사 준비에 들어갔는데, 이날 저녁은 마트에서 산 싱싱한 오리고기에 고추장과 갖은양념을 버물린 오리 양념 주물럭이었다.

오랜만에 한식을 해 먹는 터라 가족 모두 신이 났는데, 왜인지 우리 텐트 주변으로 세계 각국에서 온 캠퍼들이 몰려들었다. 너무 냄새가 좋다며 저마다 한국 음식 예찬론을 늘어놓는데 나도 모르게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요즘 말로 국뽕이란게 차올랐다. 오리 양념 주물럭과 함께 혹스베이를 대표하는 포도주도 함께 즐겼다. 뉴질랜드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멋진 풍경과 냄새만으로 사람을 홀린 맛있는 음식 그리고 잔잔하며 알찬 풍미의 화이트와인까지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저녁 식사를 마쳤다.

다음 일정을 체크하다 문득 생각해보니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하루 하루가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영어에선 '시간이 날아다닌다(Time Flies)'는 표현을 쓰는데, '시간이 더 날아가 버리기 전에 하루하루를 더 즐겨보자'는 딸의 이야기에 격하게 동의하며 이날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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