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인 직무대행, 탄핵 압박에 자진 사퇴
대통령 직속 개편 후 꾸준히 정쟁 요소돼

이상인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사진=뉴시스
이상인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장지현 기자]국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사흘간으로 연장된 가운데 야당이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겸 부위원장)의 탄핵을 추진하자 이 직무대행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로써 방통위는 사상 초유 0인 체제가 됐다.

26일 대통령실은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의 사의 표명에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며 "방통위 부위원장 사임은 적법성 논란이 있는 야당의 탄핵안 발의에 따른 것으로, 방통위가 불능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상인 직무대행은 윤 대통령의 지명으로 방통위원에 취임해 부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이후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이 탄핵안 발의에 연이어 사퇴하는 등 위원장의 공석 때마다 직무대행을 수행해 왔다.

이로써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던 방통위는 지난 2일 김홍일 전 위원장과 이날 이상인 직무대행의 자진 사퇴로 인해 일시적으로 상임위원 0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4일부터 이틀 연속으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장시간의 청문회에도 이진숙 후보자의 인사 검증을 마치지 못하자 26일까지 연장키로 했다.

또한 야당은 방통위법,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방송4법 처리를 강행해 첫 번째로 방통위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으며 여당은 이에 반발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25일 오후 5시 30분경부터 진행했다.

민주당이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서를 제출함에 따라 24시간 이후 강제 종료되며 법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나머지 3개 법안 처리까지 필리버스터와 토론 종결이 반복될 시 방송4법 전체 표결이 완료되는 시점은 29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끊이지 않는 정쟁 요소 '방송 장악'...항상 결과는 위원장 '단명'

사퇴 이후 방통위를 나서는 김홍일 전 위원장. 사진=뉴시스
사퇴 이후 방통위를 나서는 김홍일 전 위원장. 사진=뉴시스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2008년 이전의 방송위원회는 3법으로부터 독립된 국가기관이었으나 2008년 이후 정보통신부의 해당 부분을 통합시켜 만들어지며 대통령 소속기관이 됐다.

방통위원은 총 5인으로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 지명, 그리고 나머지 3인은 국회에서 추천을 받아 임명하게 되는데 이때 여당에서 1인을, 야당에서 2인을 추천하게 된다.

부위원장의 경우 방통위 상임위원 중에서 한 명을 호선하는 방식으로 선출되는데, 관례상 여당 추천 위원과 야당 추천 위원이 전반기와 후반기 1년 반씩 번갈아가며 재임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된 한상혁 위원장을 강제로 면직시키고 야당 추천의 최민희 위원 임명까지 거절하자 야당도 여당 추천 위원의 인준을 거부하겠다고 나섰다. 이후 국회 몫 세 자리는 공석이 됐고 방통위는 위원장직부터 부위원장직까지 대통령이 지명하는 2명의 인사들로만 구성돼 일방적인 업무 처리가 됐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위원장으로 지명된 이동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추진으로 진행한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3사의 이사 동시 해임 사건을 계기로 야당 의원들은 이에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압박에 못 이겨 취임 약 3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동관 전 위원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김홍일 전 위원장은 검사 출신으로 방통위 업무와 전혀 연관이 없다는 비판 속에서 위원장직에 앉았으나 상임위 5석이 채워지지 않은 2인 체제로 방통위 업무를 강행했다는 사유로 야당이 또다시 탄핵소추안을 발의, 약 6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렇듯 방통위원장들이 정권에 따라 자진 사퇴하거나 임기를 물려 받아 단기직으로 끝난 선례는 빈번했다. 방통위원장을 통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여야를 막론하고 끊이지 않았고 모든 정부에서 여야 갈등의 핵심 지점이었다.

2008년 방통위 출범 후 초대 위원장이었던 최시중 전 위원장은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의 회장이었으며 이때부터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개편됐기 때문에 이는 여론관리를 위한 성격이라는 의심과 야당은 정부의 방송 장악이라며 반발하기 시작했다. 또한 최시중 전 위원장이 당시 정권을 잡고 있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였기 때문도 있다. 그는 초대 임기를 전부 채우고 연임했으나 연임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에 연류돼 사퇴했다.

이후 이계철 전 위원장 또한 1년이 안 된 시점에서 퇴임, 박근혜 정부가 시작되고 취임한 이경재 전 위원장은 앞서 이계철 전 위원장의 임기를 채우기 위해 임명된 것으로 그도 1년이 안 되는 시기 동안만 위원장직을 역임하고 연임에는 실패했다.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임명으로 최성준 전 위원장이 방통위원장을 역임했다. 역대 방통위원장 중 큰 논란이나 의혹 없이 제 임기 3년을 온전하게 다 채운 사람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대 방통위원장은 이효성 전 위원장이다. 그는 가짜 뉴스 자율 규제 방안을 두고 정부·여당과 잦은 마찰을 빚자 2년간의 방통위 성과 발표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는 제2기를 맞아 국정 쇄신을 위해 대폭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 이에 제1기 정부 일원인 나는 새로운 정부 구성과 원활한 팀워크를 위해 물러나겠다"고 밝히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효성 전 위원장의 남은 임기는 한상혁 전 위원장이 채웠고 이후 연임에는 성공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당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과 더불어 잔여임기가 남아있는 전 정부 임명 인사 사퇴 압박에 면직 당했다.

앞서 언급했듯 과거 방송통신위원회가 독립적인 국가기관이었던 방송위원회 시절을 놓고 보면 대부분의 위원장들이 임기를 온전히 채우고 퇴임했다.

일각에서는 방통위를 놓고 정치권은 볼썽사나운 탄핵을 남발하고 꼼수 사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공영방송 사장 자체가 특정한 정치적 성향에 의해 결정되면 안 되는 자리인데 사장을 임명하기 위해 방통위원장이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는 인물들로 선임되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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