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일용직 숨기고 보험 가입, 사고로 사망
유족, 보험금 청구...보험사 "통지 의무 위반"

대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대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장지현 기자]고객이 직업을 속이고 보험을 든 사실을 보험사가 뒤늦게 깨달았다고 해도 상법상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을 해지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고지의무 위반일 수는 있으나 가입 기간에 중요 사항 변경을 알려야 하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사망자 A씨의 유족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건설 현장 일용직으로 근무하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이에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는 상법 652조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가 사고 발생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된 사실을 안 경우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해야 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통지의무에 따라 A씨가 이를 위반했다고 보고, 보험계약 해지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앞서 A씨는 2009년, 2011년, 2016년 각각 보험 가입 전 자신의 직업을 사고 발생의 위험이 낮은 사무원, 사무직 관리자, 건설업 대표 등으로 기재했으며 계약 체결 이후에도 고지된 직업과 실제 직업이 다르다는 것을 통지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의 주장과 같이 보험약관상의 계약 전 알릴 의무와 계약 후 알릴 의무를 경합적으로 위반한 것으로 본다면 보험사는 기간 제한 없이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보험계약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는 불안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보험계약 기간 중 실제 직업이 변경되지 않았다면 보험사에게 고지된 직업과 다르더라도 이 사건 각 보험약관의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 1심은 원고 승소 판결했다.

보험사 측에서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통지 의무는 보험계약 성립 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 이후 보험 기간 중에 사고 발생의 위험이 새롭게 변경 또는 증가된 경우에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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