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7월 고용지표 예상보다 안 좋게 나오면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
한은, 10월·11월 중 한 차례 금리 인하 고심?…부동산 등 고려해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20일(현지시각)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가 바뀌지 않았다"라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3.21. 사진=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20일(현지시각)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가 바뀌지 않았다"라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3.21.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서령 기자]7월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안 좋게 나오며 금리인하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9월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 속 내수, 고용, 부동산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7월 고용상황이 악화된 통계가 발표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9월부터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고용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7월 실업률은 4.3%로, 지난 2021년 10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업률은 넉 달 연속 상승했다.

7월 신규고용은 11만4000개로 시장이 예상했던 17만5000개보다 낮고, 전월 17만9000명 증가보다 둔화했다. 7월 고용은 미국의 지난 12개월 동안의 평균값인 21만5000명 증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노동 시장이 급격히 경색되자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졌다는 평가와 함께, 경기침체를 우려한 연준이 9월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0.5%p의 빅스텝 수준으로 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3번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3번 연속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연준은 지난 7월 31일 진행된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5.25~5.50%)과 함께 9월 FOMC에서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바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9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논의할 수 있다"며 "경제가 기준금리를 낮추기에 적절한 지점에 접근하고 있다는 게 FOMC의 대체적인 인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인플레이션 추세가 유지되면 9월 FOMC에서 금리 인하가 테이블 위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시장의 반응은 과도하다는 반박도 존재한다.

줄리 수 미국 노동부 장관은 7월 고용 통계에 대해 "7월 고용 성장이 기대에 못 미쳤지만, 지난 석 달 간 평균 17만개의 신규 고용이 이뤄졌다"라며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7월 고용 통계는 건설, 의료 등 여러 산업 분야의 성장과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을 보여준다"라며 "해고율은 낮고, 핵심 연령대의 노동 참여율은 2001년 이후 최고치인 84%로 상승했으며, 전체 노동 참여율도 62.7%로 소폭 증가했다. 특히 임금이 계속해서 상승하면서 3%로 감소한 인플레이션을 앞질렀다"라고 밝혔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7월 미국 고용지표의 급격한 악화에는 텍사스 지역에 상륙한 허리케인 베릴 영향이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실제 나쁜 날씨 영향 때문에 일을 하지 못 했다는 응답이 46만3000명에 달해 전월 5만9000명 대비 7배 이상 급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업자 증가의 대부분이 일시적 해고와 노동공급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노동수요의 급격한 둔화는 아직 미확인"이라며 "7월 고용지표에 잡음이 껴있는 것으로 판단돼 고용시장 악화 속도에 대해 과도한 부정적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고용 악화가 이어질 경우 연준이 금리 인하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은 아직 충분해 현 시점에서 경기침체 우려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존재한다"라고 전했다.

다만 "고용시장 지표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연준이 연내 3회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7.11.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7.11. 사진=뉴시스

미국이 9월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면 한국은행 역시 이에 보조를 맞춰 오는 10월 금리를 인하 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했으며 4월 2.9%, 5월 2.7%, 6월 2.4%에 이어 4개월째 2%대 물가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소폭 커졌지만 넉 달 연속 2%를 유지하며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황경임 물가정책과장은 "폭우 등으로 인한 채솟값 급등에 7월 물가가 소폭 올랐다고 보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등락이 있겠지만 2% 초중반대 상승률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추세가 확인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안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급증이다. 한은은 금리 인하가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조짐이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는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후 집값, 가계대출 증가세 등의 추이를 살펴 본 후 한 차례 금리 인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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