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재해석해 연인 간 신뢰 강조
최정원, 헤르메스 완벽 변신...김민석, 첫 데뷔

사진=에스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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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김지원 기자]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인간의 사랑과 신뢰를 표현한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새롭게 돌아왔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가난하지만 이상으로 가득 찬 예술가 '오르페우스'와 현실적인 '에우리디케',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랑에 의해서 상처받기도 하고 구원받기도 하는 인간의 모습을 신화에 빗대어 표현한 작품이다. 

공연은 '오르페우스'가 바에서 일을 하다 '에우리디케'를 만나 첫눈에 반하면서 시작된다. '에우리디케'도 그에게 반하지만 그녀는 지극히 현실적인 성격으로 이상적인 꿈만 꾸는 '오르페우스'를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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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디케'는 가난과 굶주림에 지쳐 '하데스'를 따라 지하세계로 내려간다. 그리고 노동을 착취하며 더 많은 부를 가지려는 '하데스'와 노예계약을 맺게 된다. 그의 아내인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는 욕심이 가득한 '하데스'를 벗어나 지상으로 도망치고 싶어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집착은 심해져 간다.

'오르페우스'는 뒤늦게 '에우리디케'가 사라진 것을 알고 지하세계까지 쫓아오지만 이미 '하데스'와 계약을 해버린 '에우리디케'는 지상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이에 '오르페우스'는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처음 만났을 때 불렀던 노래를 부르며 냉전 상태였던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다시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하데스'는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지상으로 데리고 가게 하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내건다. 지상에 도착하기 전까진 절대 뒤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것.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가 자신을 버리고 다시 지하세계로 돌아간 것이 아닐지 의심이 들지만 그녀와 무사히 지상으로 가기 위해 힘겹게 앞만 보고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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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우스'가 돌아가는 회전 무대를 혼자 걸어가며 '에우리디케'를 향한 의심을 뿌리치는 이 장면은 뮤지컬 '하데스 타운'의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다.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는 '오르페우스'에게 머릿속의 울부짖는 개 '의심'을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그는 지상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뒤를 돌아보고 '에우리디케'는 지하세계에 영영 갇히고 만다.

우리는 흔히 이야기한다. 의심은 서로를 향한 믿음을 무너뜨리고 사랑마저 깨트려버린다고. 오르페우스의 의심은 결국 에우리디케와의 사랑을 끝나게 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헤르메스가 시간을 되돌림으로써 극이 1막 초반부터 다시 시작하기 때문이다.

헤르메스는 오르페우스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그러나 다음 공연에서도 오르페우스는 똑같이 에우리디케를 의심하고 뒤돌아볼 것이다. 인간은 나약하고 신이 정해놓은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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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오르페우스'는 노래를 부름으로써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마음에 변화를 줬다. 이처럼 '오르페우스'의 노래는 비극적인 결말을 바꾸는 데에도 작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부르는 것.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믿으면서"라는 헤르메스의 말처럼 '오르페우스'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다음 공연에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결말과 다른 결말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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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초연과 비교했을 때 이번 공연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노력이 보였다. 첫 번째는 그동안 남성들이 역할을 맡았던 헤르메스 역에 여성인 최정원이 캐스팅됐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헤르메스 역을 여성이 맡는 경우가 꽤 있었으나 국내 초연 당시에는 헤르메스 역에 남성들만 캐스팅됐었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 최정원을 캐스팅하며 국내 팬들의 소원을 충족했다는 평이 잇따랐다.

개막 당시에는 최정원이 헤르메스에 어울리는지 모르겠다는 국내 팬들의 우려도 있었으나 그런 우려가 무색하게 그녀는 파워풀한 성량과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 누구보다 헤르메스를 잘 소화해냈다.

두 번째는 그룹 멜로망스의 김민석이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섰다는 것이다. 그의 소년미 가득한 외모, 부드러운 목소리는 제 옷을 입은 듯 청년 '오르페우스'와 딱 맞았다. 노래 하나로 자연과 신을 감동시킨 '오르페우스'처럼 가수 김민석의 노래는 관객들이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다만, 연기는 아직 조금 부족한 듯 보였다. 대사보다 노래의 비중이 많은 송스루 뮤지컬 특성상 노래를 부르듯 대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문 뮤지컬 배우보다는 어색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외에도 조명이 무대 위를 가로지르는 감각적인 연출과 뉴올리언스 재즈·아메리칸 포크 음악이 결합된 독창적인 사운드, 현란한 악기 연주 등은 이번 공연의 관람 포인트로 꼽힌다.

박강현, 김민석, 최정원, 최재림, 강홍석, 김선영, 린아, 김환희, 김수하, 지현준, 양준모, 김우형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하데스 타운'은 오는 10월 6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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