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튀링겐-작센주 주의회 선거 진행…극우 AfD '돌풍'
프랑스 총선서도 극우정당 득세…'反이민' 선전 먹혔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극우주의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휴대전화 불빛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극우주의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휴대전화 불빛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이종주 기자] 지난 7월 프랑스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기록적인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이웃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결정적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흔든 건 '반 이민'이다. 한때 이들 서유럽 국가는 미국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이민자를 받아 왔던 곳이다. 그러나 수많은 이민자로 인해 각종 사회 문제가 수면에 떠오르면서 이민 반대를 외치는 원주민이 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이미 프랑스와 독일에서 극우 정당이 득세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목소리가 유럽 전역으로 퍼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 방송에 따르면 9월 1일(현지시간) 독일 중부 튀링겐주와 동부 작센주에서는 각각 주의회 선거가 열렸다. 이날 현지 ARD방송에 출구조사에 따르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튀링겐주에서 32.8~33.4%의 득표율을 기록, 23.8%의 득표율이 예상되는 중도 우파 기독민주연합(기민련)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작센주 출구조사에서는 CDU가 31.5~31.8%의 득표율로 AfD(30.8~31.4%)를 겨우 밀어낸다는 예측이 나왔다. 지난 2013년 창당한 AfD는 지난 2017년 총선에서 득표율 3위를 기록해 의회에 발을 디뎠다.

이번 선거 결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독일에서 극우 정당이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건 1945년 나치 패망 이후 79년 만이다. AfD는 튀링겐주와 작센주에서 2019년 선거 대비 각각 9.4%포인트, 3.1%포인트를 더 득표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2차 세계대전 이래 극우 민족주의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이어져 왔던 독일에서 이민 반대와 혐오 논리를 앞세운 극우 정당이 힘을 얻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AfD는 2013년 창당한 이래 이슬람 혐오나 난민 배척 정서를 먹이 삼아 덩치를 키워 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AfD는 2015년 유럽의 시리아 난민 위기를 발판으로 연방 하원에서 첫 의석을 차지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음모론을 펼치고 팬데믹 정책 반대 시위를 벌였다.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의 테러가 발생했을 때도 이주민 혐오 논리를 펼쳤다.

이들이 선전한 튀링겐주와 작센주는 옛 동독에 속하는 지역으로, 경제적으로 낙후한 탓에 반이민 정서가 강했던 점이 AfD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 높은 물가 등의 문제도 겹치며 극우의 주장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결과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 여러 위기를 맞아 유럽 전역에서 정치적 지형이 분열되고 반체제 정당이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AfD의 승리에 대해 "동독계 주민들이 경기침체와 높은 인플레이션,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해 불만을 나타낸 것"이라며 "과거 공산주의 동독에 속했던 두 지역 주민 다수는 중도 주류 정당들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7월 프랑스 총선에서 극우 국민연합(RN)이 반극우 연대의 벽에 부딪혀 3위로 밀려난 일도 있었다. 극우 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뭉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다만 결과와 달리 총선 기간 내내 RN은 지지율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독일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 AfD가 선두를 차지하자 2일(현지시각)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바이마르에서 벌어졌다. 사진=뉴시스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등 프랑스 좌파 정당들은 지난 달 9일(이하 현지시간) 유럽의회 선거 결과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결정하자 NFP란 동맹 세력을 만들었다. 좌파 진영 간에도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양해 세부 노선이나 방향성에서는 차이를 보였지만 극우 정당이 권력의 눈앞까지 온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좌파 연합은 지난달 30일 1차 투표 때까지만 해도 RN에 뒤처진 2위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차 투표 결과 RN은 33.2%를 득표해 전체 의석수 577석 중 240∼270석을 차지해 1위가 예상됐고, 좌파 연합은 28% 득표에 그쳐 180∼200석으로 2위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은 20% 득표로 60∼90석을 겨우 얻을 걸로 예측됐다.

1차 투표 결과를 받아 든 좌파 연합과 범여권은 비상이 걸렸다. 두 진영은 좌파 연합 내 극좌 정당인 LFI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극우 집권을 저지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적을 위해 사실상 후보 단일화를 이뤘다. 르몽드는 NFP에서 총 134명, 범여권에서 82명이 사퇴한 것으로 집계했다.

한편 독일 AfD의 승리는 독일과 유럽의 대외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AfD는 반이민, 반EU, 친러시아 성향을 보여 이들의 영향력 확대는 독일의 대러시아 정책과 EU 내 역할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또한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더욱 강경한 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어 독일의 대중국 경제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극우 정당의 부상은 경제와 시장에도 불확실성을 가중할 수 있다. 이민정책 강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은 노동 시장과 국제 무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민정책 강화는 노동력 부족 문제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독일 경제연구소(IW)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독일의 숙련 노동자 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840억 유로에 달한다. 이민 제한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독일 경제의 핵심인 수출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독일의 수출 의존도는 GDP의 약 41%에 달했으며, 무역 장벽 증가는 이러한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을 위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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