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종주 기자]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세간에 알려진 지 한 달이 흘렀다. 큐텐그룹 계열사들이 뿔뿔이 흩어져 제 살 길 찾아간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에 소비자와 업계에선 시장 독과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티몬·위메프 이용자가 1,2위 사업자인 쿠팡과 네이버로 유입돼 쏠림 현상이 심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플랫폼 규제 법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다만 이는 산업의 특수성을 배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인류문명의 결정체라 불리는 자동차산업 등은 기업의 진입장벽이 현저히 높아 자연스럽게 독과점 체제가 형성될 수 있다. 이 진입장벽 외에도 정부 규제가 발목 잡는 사업도 있다. 이동통신사의 경우 정부의 엄격한 관리 하에 주파수를 받는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 4의 이통사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
반면에 이커머스를 포함한 유통산업은 다른 산업 보다 진입장벽이 낮다. 뿐만 아니라 정부 규제 허들 또한 낮은 편에 속한다. 진입장벽과 정부 규제 수준이 모두 낮은 산업에서 독과점의 폐단을 지적하는 것은 지나치다.
또한 이커머스 산업 특성상 시장 판도는 시대 주류(主流)에 따라 매우 빠르게 변화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쿠팡은 이커머스의 대명사가 아니었다. 이른바 '계획된 적자' 구간을 벗어나 돈을 벌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시장 파이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후발주자에겐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정 대기업이 자본과 기술, 노동력을 집약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일반 중소기업이 흉내낼 수 없는 수준의 서비스다. 그리고 그 혜택은 모두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쿠팡은 초고속 배송과 편리한 반품 절차, 네이버는 범접할 수 없는 접근성과 신뢰성을 갖췄다.
이는 고령자, 신체·지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소비자 모두가 누리고 있는 서비스다. 정부와 국회 또한 문어발식 규제 도입을 고민하기 전에 타 중하위권 업체가 그만큼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 반문해야 한다.
이미 SSG닷컴은 신세계유니버스, 쓱배송 클럽 등을 앞세워 쿠팡과 네이버를 추격하고 있다. 얼마 전엔 알리익스프레스 등 C커머스가 급성장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시장 판도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시장에선 독과점의 폐해에 주목하기 보다는 후발주자의 성장을 도와 경쟁을 이끌어내야 한다.
쿠팡과 네이버 외에도 소비자에겐 충분히 많은 선택지가 있다. 또한 이들을 감시하는 눈도 많다. 고객 수·이용률·접근성·정보의 전파성이 다른 산업과 대비해 현저히 높기 때문이다. 이곳은 '재계의 저승사자' 공정거래위원회, '제 4부' 언론과 각종 뉴미디어의 감시를 받는 시장이다. 법과 규제, 상도덕에 어긋난 일이 드러나면 다음날 아침 '1분 요약본'이 SNS에 돌아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떠나지 않는다면 그건 그들의 선택이다. 쿠팡과 네이버의 독주는 우월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후발주자의 패착으로 인한 결과물일 뿐이다. 소비자는 감시의 눈을 부릅뜬 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들의 서비스를 누리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