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윤노리 작가]뉴질랜드는 크게 북섬(North Island)과 남섬(South Island)으로 이뤄져 있다. 혹스베이(Hawke's bay)에서 일정을 끝으로 우리는 북섬을 떠나 남섬으로 이동했다. 북섬과 남섬 사이엔 쿡 해협이 자리하는데 최단 폭 23km에 다리는 놓여 있지 않다. 그렇기에 양 섬을 오갈 땐 주로 비행기를 이용하는데 이번에는 차량을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라 배(Ferry)를 타기로 했다.
페리를 이용하기 위해선 북섬의 최남단 도시이자 뉴질랜드 수도인 웰링턴(Wellington)까지 가야 했다. 또한 배편이 하루 2~3번 운항하는데 일정을 맞추다 보니 이동에만 이틀이 소요됐다. 출발지인 헤이스팅스(Haystings)에서 웰링턴까지는 차로 약 4시간이만 도착하는데, 비가 오다 해가 뜨고 먹구름이 잔뜩 꼈다가 화창해지고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날씨 속 언제 또 올지 모른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중간중간 여러 도시들을 방문하며 나름 느긋한 여행을 즐겼다.
우선 이동길 초입에 데니버크(Dannevirke)란 소도시를 방문했다. 이곳은 다시 뉴질랜드를 가게 된다면 반드시 꼭 재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도시다. 바이킹의 후예들이 산다고 전해지는 데니버크는 도시 이름 자체가 덴마크어로 '덴마크의 작품'이라는 뜻이다. 이 도시는 1872년 혹스베이 베이피어 항구에 도착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사람들이 숲을 벌목해 개간하고 정착지를 만들며 처음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제재업은 지금도 이 도시의 주요 산업으로 역할하고 있는데, 약 50개의 제재소가 작은 도시 안에 빼곡히 자리해 있다. 또한 이 도시의 가게벽에선 바이킹그림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잠시 휴식 겸 점심식사 해결을 위해 '학생들의 도시'로 불리는 팔머스턴노스(Palmerston North)에도 잠시 들렸다. 팔머스턴노스가 학생들의 도시라고 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뉴질랜드의 경우 대학교가 많은 편이 아닌데 이 도시는 전문대학 포함 비교적 많은 대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현지의 명문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매시대학교(Massy University)와 매시 교육대학(Massey University College of Education)도 있다. 다만, 다른 뉴질랜드 도시 대비 주민 중 학생 비중이 높은 편임에도 도시 자체에서 젊다는 느낌이 드는 곳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높은 건물 몇 채와 낡고 오래된 건물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영국식 성당 등 평소 알던 뉴질랜드의 중소도시 딱 그 정도였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던 이곳에서 우리 가족은 시내 자리한 중국음식점에서 한끼 식사를 해결했다. 캠핑이 길어지다 보니 이렇게 간만에 하게 된 외식은 그 자체로도 우리 가족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역시 밥은 남이 해주는 게 가장 맛있는 게 진리인가 보다.
팔머스톤노스를 지나 약 한 시간 반가량 더 이동한 뒤 레빈(Levin)이라는 소도시에서 잠시 차 한잔의 여유를 즐겼다. 정말 잠깐 머물다 간 도시였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신기할만큼 강력하고 밝은 도시의 러블리함을 경험했다. 후에 알고 보니 이곳은 뉴질랜드 의류업의 본고장이라 하더라.
드디어 웰링턴에 도착했다. 주요 정부기관이 즐비한 웰링턴은 영국과 비슷한 분위기를 띄는 대도시로 놀거리 먹거리 등이 넘치는 곳이나, 이번 여행에선 따로 일정을 잡지 않았다. 게다가 익일 오전 이른 시간에 페리 일정이 있어 미리 예약한 항구 근처 호텔을 찾아 바로 체크인했다. 저녁에는 간만에 피자를 배달시켜 먹고 이내 잠자리에 들었다. 오랜만에 꿀잠을 기대했는데, 생각만큼 좋진 못했다. 그새 대자연에서 캠핑에 적응한 듯 몸은 편하지만 무언가 모를 답답함이 찾아왔다. 상쾌한 자연의 공기가, 무수히 빛나던 밤하늘의 별이 그리웠다. 욕심이 많은 인간답게 몸의 편안함을 잠시나마 소유하니 당장 가질 수 없는 또 다른 게 그리워지는 것일까 아니면 비록 불편할지라도 천연 자연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들이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누리는 것들이 주는 편안함보다 더 큰 것일까. 전자던 후자던 편안할것만 같았던 밤이 별로 편안하지 않았다. 그렇게 뒤척이며 하루를 보내다 아침을 맞이했고 곧 페리를 타러 출발했다.
이전에도 페리를 타고 섬들 사이를 건너본 적이 있었으나 차를 가지고 승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니 뭔지 모를 긴장감이 들었다. 입구에서 스태프에게 티켓을 보여주고 라인을 배정받았다. 배정받은 라인으로 천천히 차를 몰고 줄을 섰다. 오토바이부터 일반 자동차, 캠핑카, 토우바에 끌려오는 카라벤들과 나무를 잔뜩 실은 수출용 화물 트럭들까지. 자동차 전시장이라고 해도 될 만큼 다양한 탈것들이 다 함께 이 배를 타고 남섬으로 향했다. 배가 가라앉지는 않으려나 하는 혼자만의 불안감을 느끼다 마주한 배의 엄청난 크기에 안도했고 차를 타고 배에 들어갈 때는 마치 큰 고래 입으로 빨려 가는 듯한 체험을 하기도 했다. 배에 차를 주차한 뒤로는 객실로 향했다. 방(Room)은 따로 예약하지 않아 공용공간을 이용했다. 테이블과 의자가 넉넉하게 있어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잠시 선상으로 나가보니 육지와 다른 느낌의 바닷길 만의 대자연을 경험할 수 있었다. 도착할때까지 자연뷰 속에 푹 빠져 있고 싶었으나 그러기엔 바닷 바람이 너무 거세 이내 객실로 들어왔다. 곧 배는 남섬에 도착했고 숨은그림찾기 마냥 수많은 탈것들 속에 있던 우리 차를 나고 다시 배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남섬의 제일 북쪽에 자리한 항구도시이자 남섬의 통로인 픽턴(Picton)에 도착했다.
허기도 때울 겸 근처 공원에 들려 컵라면을 먹었다. 역시 컵라면은 야외가 가장 맛있다는 걸 다시금 느끼며 다음 목적지인 넬슨(Nelson)으로 이동했다. 뉴질랜드 현지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휴양지 1위 넬슨. 그동안 정말 가보고 싶었던 넬슨에서는 어떤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설렘 속에 남섬에서 캠핑 라이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