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하고 열린 기회 주고 싶어 아카데미 설립"
"내 이름 값이 후배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

사진=김지원 기자
사진=김지원 기자

김문정 음악감독은 자신을 신대륙을 찾아 헤매는 콜럼버스라 부르며 새로운 인재를 찾기 위해 발 뻗고 나섰다.

"내가 아니면 누가 해?"라는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서 그녀가 23년간 뮤지컬 분야에서 힘들게 쌓아왔던 경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녀는 냉혹하고 독설을 날리는 기존의 이미지와 달리 그 누구보다 앞서 뮤지컬의 미래와 후배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혼자 잘 먹고 잘 살면서 은퇴하고 싶지 않았다는 그녀를 5일 시즌엠 아카데미 회의실에서 만나 후배 양성에 대한 포부를 들어봤다.

 ◆ 23년 경력의 음악감독 김문정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뮤지컬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소감이 어떤가?

감사하게도 나는 여러 사람 덕분에 많은 경험을 했고 지금까지 많은 것들을 받아왔다. 이제는 내가 후배들에게 나눠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조금 거만해 보일 수 있지만 유명해진 내 이름값이 후배들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이전보다 방송이라는 매체에 나오면 나름 공신력도 생긴 것 같고 목소리에도 힘이 좀 실린 것 같다.

그래서 '나 아니면 누가 하겠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나 혼자 잘 먹고 잘살면서 은퇴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발견하지 못한 배우, 스텝들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안고 가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공간을 만들었다.

◆ 이렇게 후배 양성에 힘쓰는 계기가 있는가?

뮤지컬 스텝은 공채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데뷔하기가 쉽지 않다. 나 또한 음악감독이 되기 위해 맨땅에 헤딩하듯 혼자 수소문해서 찾아다녔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게 나를 참 힘들게 했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뮤지컬 세션을 시작하게 됐고 첫 작품인 '둘리'를 맡게 됐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뮤지컬계는 아는 지인이나 연출이 없으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정말 막막하다. 배우는 오디션이 있긴 하지만 전공자가 아니면 실력을 보지도 않고 서류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따라서 모두에게 공평하고 열린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즌엠 아카데미를 통해 배우와 음악 스텝을 양성해 서로 추천도 해주고 정보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꿈이다.

사진=김지원 기자
사진=김지원 기자

◆ 김문정 음악감독만의 철학이 있는가?

얼마 전에 누가 내게 콜럼버스라는 별명을 만들어 줬다. 신대륙을 발견하는 콜럼버스처럼 새로운 소리를 찾고 새로운 사람들의 캐릭터를 발굴하는 것을 재밌어하기 때문이다.

이번 아카데미 역시 콜롬버스의 시각으로 신대륙을 발견한다는 느낌으로 재능 있는 친구를 찾아 운영할 예정이다. 그래서 열정 있고 따라올 의지가 분명하다면 그들이 지치지만 않는다면 능력 있는 친구들을 이끌어주고 싶다.

음악으로 무대에서 사는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한 번쯤 문 두드려보고 도전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후배들을 양성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뮤지컬은 배우의 인프라가 넓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요즘엔 같은 배우가 여러 작품을 동시에 하는 게 당연시됐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아는 주연 배우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주연배우에 따라 관객 수가 좌지우지되니까 당연히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들 위주로 캐스팅이 되는 게 이해는 된다.

그렇지만 배우 인프라를 넓혀주지 않으면 언젠가 관객들은 뮤지컬에 싫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좋은 작품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만큼 거기에 부응할 수 있는 좋은 배우, 스텝들이 양성돼 인프라가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인프라가 넓어지려면 후배 양성도 중요하겠지만 관객들의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 하나에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라 작품 전체를 보는 시야가 확보됐으면 좋겠다.

◆ 한국 뮤지컬이 나아가야할 방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처음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는 뮤지컬이 한국에서 그렇게 흥행하지 않을 때였다. 예전에는 외국 연출진을 만나면 외국에서 한국에 기술을 전수해주러 온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현재 한국 뮤지컬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앤드 스탭들이 서로 작업하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로 크게 발돋움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한국 뮤지컬의 발전 가능성은 앞으로 더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사진=시즌엠
사진=시즌엠

K-뮤지컬은 K-드라마, K-무비처럼 이제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을 시대가 온 것 같다. 한국 뮤지컬의 강점은 일제강점기, 전쟁 등 여러 희로애락이 담겨있는 역사로 인해 소재거리가 정말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제는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만 변화해서 공연하는 게 아니라 우리만의 한국만의 공연을 만들어 세계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어를 외국어로 역 번역하는 개사를 담당하는 직업군도 발달할 것 같다. 한국 뮤지컬이 레미제라블이나 맘마미아처럼 외국에서 상업적으로 경쟁력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내 목표다. 그리고 이것이 뮤지컬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우리 세대가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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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인을 꿈꾸는 후배에게 한마디 한다면?

뮤지컬도 하나의 상업이다. 관객들은 돈과 시간을 써서 공연을 보러온다. 정말 냉혹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무대인은 관객이 돈과 시간을 써서 공연을 보러오고 싶은 사람이 돼야 한다.

모두 다 무대인이 될 수 없다. 줄 서서 기다린다고 내 순서가 오지도 않는다. 열정도 있어야 하지만 실력도 있어야 하고 자기 관리도 잘해야 한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그러니 자신이 정말 무대인이 되길 원한다면 나를 잘 판단할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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